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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뒤지니, 클라우드에 女불법촬영물…문제는 영장 범위였다 [Law談-강태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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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사회를 위해 수사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수사기관에 의한 강제 수사를 통제하기 위해 적법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은 수사기관이 가진 강제 수사의 힘이 무척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압수수색의 근간이 되는 영장의 적용 범위에 대해 세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대법원은 휴대전화나 컴퓨터 내 보관된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명한 영장을 기반해 그와 연동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없다고 판시했는데, 이 사건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의 사법부 판단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셔터스톡

클라우드 서비스. 셔터스톡

사건의 본말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재력가, 변호사를 사칭하면서 피해 여성 2명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아 사기죄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은 피고인이 임의로 제출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다수를 발견했고, 이에 기반해 피고인의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부 저장 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새로이 발부받아 집행했다.

그런데 이때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구글 계정에 로그인된 상태여서 피고인이 정해둔 클라우드에 접속할 수 있었고 이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던 불법 촬영물을 근거로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기소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하급심 재판부는 1, 2심 공히 피고인이 스스로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불법 촬영물에 대하여는 위법수집 증거로 보아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이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했다.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것이므로 압수할 수 있는 증거도 그 사기 혐의의 범위와 관련이 있는 증거로만 한정됐어야 하고, 나머지 증거에 대하여는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후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확보한 클라우드 내의 영상, 사진에 대하여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 중앙포토

법원. 중앙포토

그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즉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기재된 압수의 범위는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외부저장 매체’인데, 여기에 클라우드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즉 수사기관이 클라우드를 압수수색하려고 했다면 영장에서 ‘외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대상으로 특정해야 하고, 단지 PC나 휴대전화만을 기재하였다고 한다면 외부에 있는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영장에 기재된 압수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찰의 압수는 압수수색영장에서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의 원칙에 위반돼 위법하고 이러한 영장에 의해 수집한 불법 촬영물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2022.6.30. 선고 2022도145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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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의해 수사 도중에 별건으로 압수 및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건 수사의 단서가 발견된 이상 이를 압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은 개인의 기본권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의 범위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해 왔고 이 판결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해석될 내용의 것이다.

과거 대법원 ‘2017도9747’ 판결은 수사기관에 e메일 계정에 대한 접근 권한에 갈음해 발부받은 영장에 따라 적법하게 취득한 피의자의 e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클라우드에 접속해 관련 정보를 수색 장소의 정보처리 장치를 내려받는 행위에 대하여는 허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 사건과 달리 본건은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정보는 휴대전화나 PC와는 구분돼 외부에서 저장되고 있고 단지 자동 로그인과 같은 기능으로 인해 대상이 되는 PC나 휴대전화에서 접근이 가능할 뿐이라는 점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염두에 두고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은 영장에 기재된 클라우드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영장을 심사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면 영장에 대한 사법통제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변호사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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