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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지지 못뜨게" 이재명 ‘민생' 정청래 '김건희' 역할 분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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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민생의 후퇴를 막고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민생의 후퇴를 막고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민생’이라는 단어를 12차례 언급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갈 길은 실용적 민생 개혁의 길”이라며 “민생을 위한 개혁을 실용적으로 해나가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첫 번째 조치 중 하나로 대표실 산하에 민생경제위기 관련 대책기구를 설치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민생 사안을 바로바로 챙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8·28전당대회 기간 동안 이 대표는 ‘강한 민주당’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는 듯한 말을 주로 했다. 하지만 당 대표가 된 뒤엔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관련, 전날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 대표 주재 신임 대표·최고위원 간담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대표님은 어떤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으신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무래도 민생 문제가 최우선 아니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경기지사를 지낸 행정가 출신이어서 취임 초기에 실무적인 입법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김성룡 기자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김성룡 기자

익명을 원한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민생 문제에 집중하고, 강경파인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이 김건희 여사,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에 힘을 쏟기로 어느 정도 역할분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역할분담은 20~30%대로 내려앉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취임하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텐데 그러면 ‘대선 시즌 2’ 양상으로 흐르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이를 불식하기 위해 이 대표 본인이 민생 문제를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사법리스크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민심을 먼저 얻는 게 최대의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비명계 초선)는 말도 나온다.

7월 28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했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인도네시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

7월 28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했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인도네시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

정청래·서영교는 “김건희·한동훈” 표적…박찬대는 “계파통합”

첫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 “성공하길 바란다” “싸울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강경파 최고위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날을 바짝 세웠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일은 민주당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소임”이라며 “새 지도부가 정권을 재탈환하기 위해 민주당을 더 강하게 단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왼쪽),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에서 강성으로 불린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공식일정 첫날인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는 1290번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정청래(왼쪽),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에서 강성으로 불린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공식일정 첫날인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는 1290번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서영교 최고위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김건희 여사는 최소 1290번은 압수수색 당해야 할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을 진행하고,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 국정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YTN라디오에서는 “한동훈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행령 정치를 통해) 탄핵의 요건들을 스스로 쌓고 있다”고도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맞상대는 윤 대통령이지, 김 여사나 한 장관이 아니다. 소위 ‘체급’을 따져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숙제 중 하나인 계파 갈등 완화는 박찬대 최고위원이 풀어나가기로 했다. 박 최고위원은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비명계에서도 거부감이 작다는 평가가 많다. 박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계파에 속한 의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그분들의 염려를 듣고 이 대표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계파통합을 위해서는 이 대표에게 직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찬대(왼쪽) 민주당 최고위원은 친명계로서 이재명 대표 보완재 역할인 '계파통합'을, 장경태 최고위원은 정치개혁, 청년지원 등과 관련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찬대(왼쪽) 민주당 최고위원은 친명계로서 이재명 대표 보완재 역할인 '계파통합'을, 장경태 최고위원은 정치개혁, 청년지원 등과 관련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청년 당원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정치개혁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KBS라디오에서 “정치교체에 대한 부분은 기득권 타파, 특권 내려놓기, 정치윤리 강화 등일 것”이라며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중 유일한 비명계인 고 최고위원은 ‘쓴소리’ 역할을 맡는다. 고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이 대표가 저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만약 ‘이재명 방탄용’ 당헌 재개정을 시도하거나, 강성 당원의 정당참여율을 높이려고 시도하면 고 최고위원이 앞장서서 반기를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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