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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가 물가 상승 압박…10월 이후에도 계속 인플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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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달러 대비 원화값이 1350원대까지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잭슨홀 미팅’ 이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9~10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정부의 관측에 큰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에너지 등 수입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원화가치가 하락할수록 물가가 함께 오르는 구조다.

지난 22일 1330원을 돌파한 이후 가파른 원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해 나가겠다”고 구두개입성 발언까지 했지만 원화가치 하락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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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달러가 고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부터 “대외 돌발변수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이르면 9월 초, 늦어도 10월엔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1350원대로 떨어진 달러 대비 원화값이 추가 하락하는 ‘돌발변수’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 정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데다 국내 무역수지 적자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이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예상보다 물가상승 압력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수입물가 상승이 상반기 생산자물가 상승률(9.3%)에 미친 기여도는 평균 81.8%에 달했다. 국제유가·곡물가격 상승뿐 아니라 환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6월 전체 수입물가 상승의 36.7%는 환율 상승에 의한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1월 3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값은 1193원이고, 지난 6월 23일 들어서야 1300원대에 올라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환율에 따른 물가상승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원화 기준으로 27.9% 상승했는데 달러 기준 상승률은 11.9%였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오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수입했다는 의미다.

당장 올해 10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를 전망이다. 4월과 7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동반 인상이다. 국제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에 더해 최근 원화가치 하락세도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공사 등은 올해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 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적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U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가뭄을 겪는 지역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고 밝혔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옥수수의 예상 수확량은 지난 5년 평균보다 16%, 해바라기는 12%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중국 등도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곡물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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