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9시 33분(한국시간, 현지시간으론 오전 8시 33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아르테미스(Artemis) 1호의 비행석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최첨단 마네킹 3개가 실린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이번 첫 임무에선 우주비행사의 비행 이전에 사령관 역할의 마네킹인 ‘무네킹 캄포스’와 2개의 여성형 마네킹 ‘헬가’와 ‘조하르’가 우주로 향한다. 아르테미스 1호의 우주선 오리온이 인류가 제작한 유인 우주선 중 가장 멀리 날아가게 될 것을 채비하는 것이다.
무네킹은 영어 달(moon)과 마네킹(manikin)의 합성어다. 캄포스는 과거 산소탱크가 폭발한 아폴로 13호의 무사 귀환을 도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엔지니어 아르투로 캄포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주복을 입은 이 마네킹은 추후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의 발사와 지구 재진입 시 겪을 충격에 대비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헬가와 조하르는 토르소(몸통만으로 된 조각상) 모양으로 여성의 뼈와 장기, 연조직 등을 모방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여성 우주비행사가 달 탐사 임무에 나설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한다. 5600개 이상의 센서와 34개의 방사능 감지기를 장착해 방사능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며, 특히 조하르는 방사선 차단 조끼를 착용해 그 성능을 함께 살핀다. 인류의 달 탐사가 진행된 지난 1969~1972년 12명의 백인 남성 우주인이 달 위를 걸었지만, 여성과 유색 인종 우주인은 여태 없었다.
CNN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목적은 최초의 여성, 유색 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고, 최종적으론 화성으로 향하는 것”이라며 “달을 바라보는 다소 부럽기도 한 마네킹들은 우주라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인간이 알아채지 못하는 위험 징후를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 또 이번 탐사에는 미국의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비글 강아지 스누피도 함께 한다. 나사의 ‘세이프티 마스코트’(Safety Mascot)인 스누피는 우주선이 무중력 상태에 진입하면 공중에 떠 제일 먼저 알려주는 ‘무중력 지표’의 공식 임무를 띠고 비행에 나선다.
아르테미스 1호가 예정대로 발사되면 미국은 지난 1972년 아폴로 17호의 착륙 이후 50년 만에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재개하게 된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으로 지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에 이름이 사용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누이다.
이에 맞춰 우주발사체도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나사는 지난 2014년 개발을 착수해 약 230억 달러(약 31조원)를 들여 98.1m 높이의 우주 로켓을 완성했다. 인류 역사상 최강의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SLS)’은 추력이 400만㎏으로, 아폴로 탐사선을 보낸 ‘새턴 5’보다 높이는 12m 낮지만, 추력은 약 15% 더 강해졌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발사가 SLS의 개발 핵심 업체인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에 우주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폴로 프로젝트가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르테미스는 달에 기지를 세우고 자원을 채굴하는 등 상주 인력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달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희토류와 헬륨-3 등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달 착륙선 개발 사업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참여하는 등 민간 기업의 참여도 활발하다.
나사는 올해 우주선 오리온이 무인으로 달 궤도를 돌고 복귀하는 시험 비행을 진행한 뒤 2024년 실제 우주인이 탑승하고(아르테미스 2), 2025년에는 최초의 여성‧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아르테미스 3)는 계획이다. 이후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유인 화성 탐사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에는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29일 발사 당시 기상이 좋을 확률이 80%지만, 어떤 이유로든 발사가 중단되는 경우를 대비해 나사가 9월 2일과 5일을 예비 발사일로 지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