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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전공 단과대 설립… 수천만원 치료비에 유기 반려동물도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난 27일 부산 동래구가 운영하는 반려동물공원에서 강아지와 반려인들이 휴식하고 있다. 사진 동래구

지난 27일 부산 동래구가 운영하는 반려동물공원에서 강아지와 반려인들이 휴식하고 있다. 사진 동래구

지난 27일 오후 부산 도심하천 온천천. 산책로 한쪽 편 약 300㎡ 공간에 성인 남성 허리춤 높이 흰색 철제 울타리가 둘렸고, 바닥엔 야자나무껍질 깔개가 자리했다. 이곳은 동래구가 2019년 7월부터 운영한 지역 첫 반려동물공원이다. 울타리 안에서는 목줄을 푼 소형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8살 몰티즈 와 공원을 찾은 직장인 심모(37)씨는“강아지를 풀어놓고 놀릴 수 있어 자주 온다. 이곳은 반려인들이 동물병원, 간식 등 정보를 공유하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대학병원·장례식장도 속속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125만5000가구 가운데 32.7%(46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전국 평균 26.4%보다 높은 비율이다. 동물과 함께 사는 시민이 10가구 중 3가구꼴로 늘면서 관련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송정동에 1000㎡ 규모 반려동물공원을 준공했으며, 내년부터 예약제로 운영한다.

내년 개장할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반려동물공원. 사진 해운대구

내년 개장할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 반려동물공원. 사진 해운대구

레저뿐 아니라 반려동물 ‘웰빙’ ‘웰다잉’을 위한 시설도 마련되고 있다. 남구 용당동에는 동명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국립경상대가 운영하는 부산·울산권역 첫 반려동물대학병원이 들어선다. 전남 담양군은 지난 4월 동물 전용 공공진료소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원했다. 일반 진료실과 수술실, 엑스레이 촬영실 등 시설을 갖춰 반려동물은 물론 연간 300마리 이상 발생하는 지역 유기동물 치료를 담당한다.

경남 김해에는 민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10년 넘게 키운 반려견을 잃고 장례식장을 이용한 황모(62)씨는“오랜 세월 함께 보낸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인이 많다. 장례식장 측 안내로 사체를 처리하고 강아지를 잘 보내줬다”고 했다.

지난 4월 개소한 전남 담양군 반려ㆍ유기동물 공공진료소 내부 모습. 사진 담양군

지난 4월 개소한 전남 담양군 반려ㆍ유기동물 공공진료소 내부 모습. 사진 담양군

반려동물 단과대 신설

동물병원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동물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본래 민간이 주관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정하는 시험으로 전환됐다. 지난 2월 국가 주관으로 치러진 이 시험에 3352명이 응시해 2544명이 합격했다. 애견미용사인 ‘반려견스타일리스트’ 또한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산업에서 공인 자격이 있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지자 대학도 분주하다. 2~3년 전부터 전국에서 농축산대 등을 개편해 반려동물 관련 학과나 강의를 편성하는 움직임이 있다. 부산 동명대에는 내년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단과대가 개설된다. 이 단과대에는 반려동물보건·애견미용행동교정·영양식품학과가 있다. 노정숙 반려동물대학장은 “부산·울산권역 반려동물대학병원이 만들어지면 동물보건사는 물론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동물 미용과 식품영양 등 분야 전공자 양성이 필요할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명대는 내년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단과대학을 개설한다. 사진 동명대

동명대는 내년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단과대학을 개설한다. 사진 동명대

“매년 동물 10만 유기·유실”
하지만 유기·유실동물이 해마다 10만 마리 넘게 쏟아지는 현상은 반려문화 확산의 ‘어두운 면’으로 꼽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유실 동물 건수는 11만7047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연간 전수 집계가 이뤄진 2019년(5만7182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현재까지 발생은 7만4474건이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반려동물을 찾는 이가 늘면서 향후 유기·유실동물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려동물 등록제 안내문. 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등록제 안내문. 농림축산식품부

유기·유실동물 증가에 따라 안락사하는 동물이 늘면서 대책을 모색하는 지자체도 있다. 논산시는 지난 2월부터 ‘안락사 없는’ 직영 유기·유실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통상 접수된 지 10~14일이 되도록 반환되지 않은 유기동물은 안락사 조치하는데, 질병 등 사유가 없다면 안락사 없이 유기·유실동물을 거두겠다는 게 센터 운영 취지다.

센터에는 지금까지 유기견과 유기묘 240마리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140마리는 입양·반환·사망했고 현재 약 100마리가 남아있다. 심인섭 센터장은 “동물을 거둬 먹이고 치료하는 비용만 한 달에 500만~1000만원에 달한다. 문을 연 지 6개월 만에 센터는 포화 상태”라고 했다.

심 센터장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수백만, 수천만원의 치료비가 든다. 이는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반려동물 보험 적용 등 근본 해결책이 절실하다”며 “강아지 등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하고, 동물을 버리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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