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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방산 수출국 한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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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브뤼셀자유대학 KF 석좌교수

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브뤼셀자유대학 KF 석좌교수

한국은 최근 폴란드에 K2 탱크 980대와 K9 자주포 648대, FA-50 전투기 4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가 최소 150억 달러(약 20조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한국 무기 수출액의 두 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한국 방위산업에는 엄청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무기를 수출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입지를 더욱 굳혔다. 에스토니아·노르웨이·투르키예·영국·핀란드(조만간 나토 가입 예정) 등이 이미 한국산 무기를 구매했다. 호주·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 등도 최근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중동·북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도 한국산 무기를 샀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이 됐다.

올해 한국이 중국 추월할 전망
신속한 첨단무기 공급이 장점
미·중 경쟁에 중립 이미지 도움

현대로템

현대로템

한국이 전 세계 국가들이 무기를 구매하는 매력적인 나라가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은 신뢰할만하면서도 신속하게 첨단 무기를 공급할 능력이 있다. 마리우스 브와쉬착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전쟁 상태인 만큼 폴란드는 가능한 이른 시기에 탱크와 자주포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2 탱크를 만드는 현대로템과 K9 자주포 생산업체인 한화디펜스는 올해 내에 무기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 신속한 무기 공급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최근 K9 자주포 구매 계약을 맺은 호주·이집트도 신속한 무기 공급의 이점을 경험했다.

세계 방위산업에서 어떤 나라도 미국만한 역량이 없다는 걸 고려하면 미국에 비해 최첨단이 아니라 해도 한국 군사 장비는 상당히 첨단이며 프랑스·독일·영국 등 다른 무기 수출국들과 경쟁할 수준이다. 여기에 한국 방위산업은 한국이 다른 나라를 위협하지 않고 극단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한국을 앞선다. 그러나 두 나라의 세계 무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주요 무기 수입국인 서방이 러시아나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지 않으려 함에 따라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은 중국을 추월해 아시아의 최대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위산업 입장에서는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스스로 다른 나라들이 중국 정부를 불신해 중국 국영 방위산업체들을 멀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은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미국도 때때로 논란이 있는 무기 수출국일 수 있다. 특히 좌파 정부나 과거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미국을 새로운 ‘식민 세력’으로 여길 수 있다. 한국은 이 점에서 자유롭다. 한국이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방위산업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국내 반발을 유발하지 않는 중립적 무기 공급국이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이런 중립성은 미·중 경쟁 격화로 인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은 무기 수출에서 미국의 가까운 군사 동맹이라는 점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한국 무기 체계는 미국 기술을 상당 부분 채용했다. 물론 이런 기술이 최신·최첨단 기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상당히 정교하며 한국의 군사 장비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산 무기 수입국들도 이를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부품과 노하우가 들어간 현대적 장비 구매에 큰 매력을 느낀다.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구매 계약이 이 점을 잘 설명해준다.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무기 계약에서 기꺼이 기술을 이전하려 한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무기 판매 시장에서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한국에 엄청난 비교우위를 제공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신뢰할 수 있고 현대적인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입지를 확보했다. 한국은 또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상당히 중립적 행위자로 여겨지고,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방위산업 수출국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용틀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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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브뤼셀자유대학 KF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