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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새 대표된 이재명 “영수회담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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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의 민주당’이 현실화됐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재명(사진) 의원이 선출되면서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신임 대표는 77.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자인 박용진 후보의 득표율은 22.23%였다.

이 대표는 후보 선출에 합산되는 권리당원 투표(40%), 대의원 투표(30%), 국민 여론조사(25%), 일반당원 여론조사(5%)에서 모두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각각 78.22%와 86.25%를 얻었고,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대상 국민 여론조사에선 82.26%였다. “아직 친이재명(친명)보다 친문재인(친문)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으로 상대적 약세가 예상됐던 대의원 투표에서도 이 대표는 72.03%로 3분의 2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누적되며 대의원 표심까지 이 대표에게 쏠리면서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사법리스크·강성팬덤 우려 안고, 이재명호 불안한 출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 신임 대표가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이 신임 대표가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수락 연설에서 “살을 깎고 뼈를 깎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져넣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 우선, 실사구시의 대원칙 아래 확고한 민생 개혁에 나서겠다”며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바꿔가겠다”고 했다.

또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른 길을 간다면 정부·여당의 성공에 두 팔을 걷어 돕겠다. 그러나 민생과 경제,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퇴행과 독주에는 결연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김은혜 홍보수석 “이 대표 당선 축하”

이 대표 당선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축하드린다. 어려운 시기, 국민과 민생을 위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함께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대표가 얻은 득표율은 1997년 5월 새정치국민회의 전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얻은 총재 경선 득표율 73.5%와 대통령 후보 경선 득표율 77.5%를 모두 뛰어넘은 민주당 역대 전대 최고치다. 하지만 투표율이 37.09%에 그쳐 2020년 8월 전대(41.03%)와 2021년 5월 전대(42.74%)에 비해 낮았고, 흥행이 안 된 점은 이 대표에게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전대에 26만 명 정도가 투표했는데 이번엔 40만 명 가까이 된다”며 “투표율이 아니라 투표자 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친명계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재명의 호위무사’를 자임해 온 강경파 정청래 최고위원이 25.20%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친명계를 자처해 온 박찬대(14.20%)·서영교(14.19%)·장경태(12.39%) 최고위원도 3~5위로 당선됐다. 반면에 비이재명(비명)계로 분류된 후보 중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19.33%·2위) 최고위원을 제외하곤 모두 낙선했다. 친문 성향의 의원은 “대선을 치른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후보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완전한 줄투표가 이뤄졌다. 손쓸 새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 “전례없는 초강경 지도부 될 것”

호남과 86그룹의 퇴조도 두드러졌다. 유일한 호남권 후보로 전대협 4기 의장을 지낸 송갑석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두 번째로 많은 17.89%의 득표율을 거뒀으나 권리당원 투표(9.08%·6위)와 국민 여론조사(6.01%·6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완전히 수도권 중심 정당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그리고 이 대표가 지명하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에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경 지도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법리스크 등 이 대표에게 놓인 난관이 만만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전대를 앞두고 정치보복성 기소를 당한 당직자에 대해선 당무위원회가 직무 정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했지만 ‘이재명 방탄용’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검경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법인카드 유용 ▶백현동 개발 특혜 ▶대장동 개발 특혜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등 이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친문의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 문제제기를 강하게 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이를 무시하면 분당까지 거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즉생으로 새로운 민주당 만들 것”=당선 직후 이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 구축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당선자

최고위원 당선자

친명계 최고위원 4명이 당선된 것과 관련해선 “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이 그 기대에 맞춰서 선거운동을 하신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도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 호남을 포함해 지방 출신 인사에 대한 지명직 당직 임명을 특별히 고려하겠다”며 안배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당 대표 비서실장에 천준호 의원을 임명하고, 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을 내정했다.

이 대표는 강성 당원에게 당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권리당원 120만 명 중 약 40만 명이 참여해 80%에 가까운 분들이 의사결정을 한 것을 두고 소수의 팬덤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날 전대 행사장 안팎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른바 ‘개딸’ 등 여성 지지자들은 인형 탈과 선글라스를 쓴 채 ‘이재명’ ‘알찬대’ 등 응원 문구가 적힌 띠를 몸에 두르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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