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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못믿어” “광고비만 날려” 플랫폼 분쟁 어찌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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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온라인 플랫폼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플랫폼 사업자별 분쟁 빈도와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법적 규제 대신 자발적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6일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정책 이슈와 자율규제’를 주제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정원은 불공정 거래 관련 분쟁을 신속하게 조정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공정위 산하기관이다. 조정원은 매출액 100억원,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사업자 26개사를 대상으로 5년간(2017~2021년) 접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 사례를 분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정원에 따르면 쿠팡은 플랫폼 중 분쟁이 가장 잦았지만, 그만큼 조정·합의에 성공하는 비율도 높았다. 반면 네이버는 쿠팡 다음으로 많은 분쟁이 발생했지만, 조정 성립률은 평균에 못 미쳤다.

조정 신청 사건 262건 중 절반 가까운 44.3%에 해당하는 116건이 쿠팡 관련 분쟁이었다. 특히 광고비 환불 문제로 소상공인과 쿠팡 간 벌어진 분쟁이 가장 많았다. 이어 네이버(15.6%),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12.2%), 우아한형제들(5.3%) 순이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신세계그룹에 인수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문제 해결 의지를 평가하는 데는 분쟁 발생 건수 못지않게, 사건 발생 후 조정·합의 과정을 보는 게 중요하다. 조정원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들의 평균 조정 성립률은 75.2%로 나타났다. 즉 분쟁 사건 10건 중 7건은 양측이 원만히 합의해 해결됐다는 의미다. 쿠팡(79.1%)과 이베이코리아(93.8%)의 조정 성립률이 높은 편이었다. 네이버(66.7%), 배달의민족(66.7%)은 그보다는 낮았다. 쿠팡의 경우 2018년 당시 앱 광고비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별도 대응팀을 꾸려서 정상적으로 집행된 광고이더라도 광고비가 매출보다 많이 나오면 환불을 진행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분쟁의 세부 이유를 살펴보면 내규 분쟁과 관련한 문제가 가장 많았다. 내규 분쟁이란 온라인 플랫폼 내 검색 결과, 노출 순서처럼 알고리즘 관련 문제들이 포함된다. 대부분 플랫폼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부치고 있어 판매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 크다. 실제로 내규 분쟁의 경우, 조정 성립률은 62.8%로 평균(75.2%)에 크게 못 미쳤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은 매년 약 48%씩 증가하고 있다. 이전 문재인 정부에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해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규제하려 했지만, 정권 교체로 온플법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의 혁신성·역동성 유지를 위해 법령 규제 대신 민간이 자율적으로 개선안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공식 출범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일부에선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민간 자율기구가 플랫폼 규제, 상생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이날 행사에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건식 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장은 “검색, 배열 순서, 이용 후기 등과 관련한 기준을 공개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플랫폼이 자체적인 분쟁 해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지난해 2월 제정·시행 중인 ‘디지털 플랫폼 거래투명화법’의 경우, 기업들이 검색 표시 순위 결정에 이용되는 주요 사항을 반드시 공개하게 돼 있다. 기업이 분쟁 해결에 적극 임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플랫폼이 분쟁 해결 절차와 조치를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가 이를 평가해 결과를 발표한다.

김경원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은 “실제 플랫폼 관련 민원을 받아보면 정부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플랫폼에 일일이 가이드라인을 줄 수도 없고, 또 공정거래법 위반에 이를 만큼 위법한 경우도 많지 않다”며 “자율규제 취지에 맞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내부 규정을 설정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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