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쏘던 비행장, 채소농장으로 바꾼 北…일각선 "위장전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함경북도 함주군의 군사비행장(연포 공군기지)을 대규모 온실 채소 농장으로 바꾸는 작업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농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북한은 함흥 남쪽의 연포기지 일대에 825동의 온실 채소 농장과 이곳에서 일할 주민이 거주할 주택 970채와 공공건물 130여채를 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연포기지의 전략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신규 건설된 농장 일부가 비밀 군사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26일(현지시간) 올라온 '연포비행장의 온실 채소 농장 전환' 관련 보고서에는 비행장 일대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 상업용 인공위성 촬영 사진이 공개돼 있다. 왼쪽은 2021년 5월 19일 촬영한 연포비행장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난달 25일 촬영한 온실 채소 농장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CSIS Beyond Parallel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26일(현지시간) 올라온 '연포비행장의 온실 채소 농장 전환' 관련 보고서에는 비행장 일대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 상업용 인공위성 촬영 사진이 공개돼 있다. 왼쪽은 2021년 5월 19일 촬영한 연포비행장 모습이고, 오른쪽은 지난달 25일 촬영한 온실 채소 농장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CSIS Beyond Parallel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빅터 차 총괄)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지난달 25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토대로 연포기지의 온실 농장 전환 현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26일(현지시간) 게재했다. 보고서는 “지난 2월 착공 이래 상당히 빨리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며 “이미 기지와 활주로에 있던 지원 건물 등 군사시설은 대부분 파괴됐고, 온실 농장 등을 짓기 위한 도로와 새로운 다리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지에 있던 ‘안둘(AN-2)’ 항공기 수십여대도 다른 공군기지로 옮긴 상태다. AN-2는 북한 특수작전부대가 남한으로 기습 침투할 때 쓰는 특수자산이다.

구형 복엽기로 항공기 날개를 천과 가죽으로 덮어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 데다가, 느린 속도로 저공 비행하는 특성 때문에 침투 과정에서 적발되더라도 병력을 긴급 강하하는데 용이하다. 2016년 원산 에어쇼에 참가한 개량형 AN-2의 경우, 위성항법 장치와 지형추적 레이더까지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특수부대의 야간 저고도 침투를 위해 AN-2기에 위성항법용 통신장치(아래 사진 상단의 빨간 원)와 지형추적레이더(하단 빨간 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DPRK, 인터넷 컴뱃 에어크래프트 캡처

북한이 특수부대의 야간 저고도 침투를 위해 AN-2기에 위성항법용 통신장치(아래 사진 상단의 빨간 원)와 지형추적레이더(하단 빨간 원)를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DPRK, 인터넷 컴뱃 에어크래프트 캡처

연포기지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북한은 연포기지에서 KN-23 개량형으로 보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로 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은 변칙 비행을 하는 까닭에 요격이 까다로운 미사일로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에는 연포기지에서 KN-25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를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초대형 방사포 역시 SRBM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군이 1940년대 건설한 연포기지는 전략적 요충이다. 6ㆍ25 전쟁 때는 북한군이 IL(일류신)-10 공격기 등을 이곳에서 출동시켰다.

그러다가 1950년 10월 유엔군이 일시적으로 점령하면서 한때 미 공군이 비행장으로 썼고, 그해 12월 흥남철수작전에선 환자를 태우거나 화물을 실은 수송기를 띄웠다.

1950년 연포 공군기지 모습. 미국 공군이 항공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미 공군

1950년 연포 공군기지 모습. 미국 공군이 항공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미 공군

북한이 군사비행장을 농업 시설로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함경북도 경성군의 군사비행장을 온실 채소 농장으로 바꾼 전례가 있다.

북한은 이같은 행보를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농작물 생산 증대를 중요 과업으로 제시한 ‘사회주의농촌건설 강령’을 확정한 이후 더욱 가속하고 있다. 지난 1월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포기지를 찾아 건설을 독려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활용도가 낮은 군 비행장을 가치 있고 생산적인 경제 자산으로 재활용하는 결정은 김정은의 새로운 정책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를 우려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군사시설을 단기간 내 민간시설로 전향하는 것은 위장 전술일 수도 있다”며 “온실농장 중 일부를 핵ㆍ미사일 관련 장비 개발 및 조립 시설로 이용할 가능성 등을 열어 놓고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