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하이닉스 사옥 매매로 자산규모 1등 된 SK리츠, 유상증자 여파는[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리츠 홈페이지 캡쳐]

[sk리츠 홈페이지 캡쳐]

SK리츠는 지난해 9월 코스피에 등판, 아직 만 1년이 채 안 되었는데 몸집 불리는 속도가 대단합니다. 상장 때만 해도 전국 116개 주유소랑 종로에 있는 SK서린빌딩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분당에 있는 U타워를 5072억원 주고 새로 샀습니다(취득세 수수료 등 합치면 총 5557억원 썼다고). 이제 SK리츠의 자산규모는 2조4400억원. 국내 리츠 중 최대 규모로, 2년 먼저 상장해 1위를 지켜왔던 롯데리츠(2조3737억원)를 추월했답니다(시가총액은 여전히 롯데리츠가 1등).

리츠(REITs)는 호텔이나 빌딩, 물류센터 같은 부동산을 사서 수익 내는 회사의 주식을 사 배당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익을 누리는 투자죠. 쉽게 표현하면 건물 조각투자인 셈. (물론 그 조각이 거의 부스러기에 가깝긴 합니다만…)

 요즘 오피스 시장은 임대인 우위(A.K.A.건물주가 갑) 시장이라죠. [셔터스톡]

요즘 오피스 시장은 임대인 우위(A.K.A.건물주가 갑) 시장이라죠. [셔터스톡]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핵심이니, 돈을 잘 끌어모으는 게 중요. 그래서 리츠는 자산규모가 클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평가등급이 올라 돈을 끌어모으기 좋아지고(조달금리 경쟁력!), 그러면 나중에 또 새로운 건물을 살 때 유리해지니까요(저 같은 서민이 영혼을 끌어모아 생애 첫 주택 구매하는 거랑, 초고액 자산가가 생애 n번째 주택 구매할 때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시겠죠.) FTSE 등 관련 지수에 편입되면 패시브 자금도 들어와 몸집을 더 불릴 수 있게 됩니다(SK리츠도 다음 달에 편입될 수 있을 거란 설렘 존재).

SK리츠는 상장 당시 U타워 외에도 SKT 타워(서울 중구)·플래닛타워(성남시 분당구)을 사들이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지금은 자산규모가 1조8천억원이지만 장기적으로 10조원대까지 키울 것"이란 포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뭐 '10조원 규모 복합 리츠로 발돋움'이야 SK의 사보나 신년사에 쓸법한 아름다운 구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만(플래닛타워는 2024년까지 전매제한이라 당장은 못 사기도 하고요), 어쨌든 U타워는 실제 구매했고, 단기에 자산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SK-U타워. 하이닉스가 4년 전 3086억원에 샀던 건데.. 많이 올랐네요.. [SK제공]

SK-U타워. 하이닉스가 4년 전 3086억원에 샀던 건데.. 많이 올랐네요.. [SK제공]

리츠 수익은 1.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과 2.임대료 수입에서 나옵니다. 1은 입지와 주변을 잘 살펴야하고, 2는 임차인이 믿을만한가를 봐야하겠죠.

U타워는 정자역 앞에 있는 28층(지하6층)짜리 건물입니다. 일단 임차인이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빛나는 SK하이닉스. 5년 기본 원하면 5년 연장 계약이니, 일단 앞으로 5년은 SK하이닉스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월세 수익(연간 약 208억원!)은 보장됩니다.

임차인이 대기업이란 건 동시에 이 입지에 대한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 크고 좋은 회사가 아무 데에 사무실을 정했을 리 없으니까요. 여긴 수도권의 대표적인 업무권역인 분당-판교 업무지구(BBD)의 중심. 이 동네 공실률은 2.35%(올해 2분기 기준)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옆에는 네이버 신사옥도 있어요. 또 앞으로 판교 제2·3 테크노밸리 개발, GTX-A노선 개통, 8호선 연장 중 하나만 되어도 더 발전할 여지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리츠 투자가 요즘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물가상승 위험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단 장점 때문인데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르면 임대료도 연동해서 올릴 수 있어요. 또 보통의 임대차계약에서라면 재산세(net tax)·보험료(net insurance)·수선유지비(net common area maintenance)를 임대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리츠는 대개 이걸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계약을 해(이를 '트리플 넷'이라고 합니다) 임대인(리츠) 입장에선 수익이 안정적입니다.

그럼 좋은 거 샀으니 SK리츠 주가도 올랐냐. 그건 아닙니다. 5월에 "저희 U타워 삽니다" 발표할 때 주가가 7000원대로 뛰긴 했지만, 다음 달에 "근데 그거 사느라 돈을 많이 땡겨서 유상증자를 해야겠지 말입니다" 하니 주가는 다시 5000원대로 털썩.

유상증자, 주식을 더 많이 찍어 팔면 1주당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a.k.a. 주주가치 희석). 이번 유상증자로 SK리츠 주식 수는 1억5502주였던 게 신주 상장일인 26일부로 1억9655주. 약 26.7%가 늘어났네요.

배당은 회사가 낸 수익의 일부를 주주들이 'n빵' 해서 나눠갖는 건데, n이 더 커지면 먹을 게 줄어들겠죠. 건물 '조각 투자' 수준이 거의 '부스러기 투자' 정도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배당재원을 '1.5억빵' 하던 걸 이제 2억으로 나누는 '2억빵' 해서 나눠 가져야 합니다.

이래서 유상증자 이미지가 안 좋긴 한데요. 리츠에서의 유상증자는 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의 기업이야 갑자기 세자릿수 억 단위로 뭔가를 사들일 일이 잘 없지만, 리츠는 지속적으로 자산을 편입하는 회사 아니겠습니까. 리츠가 건물 사려 유상증자 하는 건 개인이 집 살 때 신용대출 일으키듯 자연스럽고 적절한 수단. 또 분자(주식 수)가 커진다 해도 분모(배당재원)도 커진다면 배당액은 지켜질 수 있습니다. 돈 더 벌려고 빚이며 투자금 끌어다 건물 산 거니까요.

하지만 유상증자 결정 이후 신주 상장일까지 저조한 주가 흐름은 대부분의 리츠에서 나타나는 현상. 리츠 입장에선 수익 더 많이 내려고 건물 산 거긴 한데, 당장은 늘어난 주식 수가 거슬리기 때문이죠.

기회는 때로 조정의 얼굴을 하고 찾아올 때가 있죠. 최근 분기당 70원씩 배당금을 줬던 주식을 5000원대에 살 수 있는 기회. 물론 U타워 편입 여파로 당장은 배당금이 그만큼은 안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편입으로 올해 연환산 배당수익률이 소폭 하락하겠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배당금은 4분기부터 67원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또 올해 인플레이션이 심각했으니→내년 오피스 임대료 크게 올라→잘 되면 내년엔 배당금 70원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행복회로를 돌려볼 수도.

리츠는 인컴소득(이자·배당) 위주로 노리는 채권의 특성과 자본소득(매매차익) 위주로 노리는 주식의 특성을 모두 가진 투자잖아요. 쌀 때 사면 배당수익률이 그만큼 높아지니 '가성비'도 오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리츠가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소식에 '오히려 좋아' 할 수 있는 투자를 하나쯤 갖고 계시다면 힘든 시기를 조금은 웃으며 버텨볼 수 있지 않을지.

※이 기사는 8월 26일 발행한 앤츠랩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