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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뜨는거 보려다 코로나 걸릴판"…'입국전 검사' 황당 사연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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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전문기자의 촉] 해외여행과 과학방역 

인천공항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에서 해외입국자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 지인이 이런 경험담을 올렸다. "지난주 뉴욕을 다녀 왔다. 귀국 전 코로나 검사가 의무화돼 있어서 길거리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목적으로 입국 전 48시간 이내에 PCR(유전자증폭)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음성증명서를 제시해야만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더 황당했다. "터키 출신 간호사는 마스크도 안 쓰고 한참 얘기한 뒤 검사를 시작하자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채취한 검체가 모자랐는지 내 검사 키트에 색깔이 나타나지 않자 휴지통에 버렸던 검체를 다시 꺼내더니 추가로 더 짜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음성 판정을 못 받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으니 한줄이 뜨는 걸(음성) 봐야만 했다."

 검사비는 50달러(약 6만 7000원)였다고 한다. 그는 "쓸모없고 오히려 코로나 감염 우려가 큰 검사를 하는데 헛돈을 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에 도착해서 다시 PCR 검사를 해야 하는데 굳이 미국 현지에서 아까운 외화 낭비해가며 실효성 없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탁상행정 정책은 빨리 없애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유사한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엔 돈만 주면 검사 대충 하고 음성확인서 발급해주는 사설검사소가 많아서 오히려 검사받으러 갔다가 코로나 걸릴 판"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인천공항에서 해외입국자가 코로나 검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에서 해외입국자가 코로나 검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사실 입국전 코로나 검사는 여행객이나 출장자에게만 불편하고 번거로운 게 아니다. 항공사와 공항, 여행업계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혹시나 외국에서 양성 나오면 한동안 못 돌아오는 거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해외여행을 주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대보다 국제항공편 수요가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항공사의 공급좌석은 6월보다 14%가 늘었지만 여객 수는 약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천공항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객이 7만명까지 회복됐다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 성수기 때 20만명을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30%대에 불과하다.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임원은 "거의 모든 국가가 코로나 관련 입국규제를 다 풀었는데 유독 우리만 고집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실효성에 비해 시간과 비용 낭비가 심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 입국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이다. 그런데 일본도 다음달 7일부터는 코로나 백신 3회 이상 접종자에 한해 입국전 코로나 검사를 면제키로 했다.

입국전 코로나 검사 의무화는 항공수요 회복에도 큰 걸림돌이라는 게 항공업계 주장이다. 연합뉴스

입국전 코로나 검사 의무화는 항공수요 회복에도 큰 걸림돌이라는 게 항공업계 주장이다.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만 입국전 코로나 검사를 유지하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 코로나 해외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일일 확진자 가운데 해외유입 비중은 0.3~0.4% 정도밖에 안 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으로 신규확진자 9만 5604명 중 해외유입은 398명이었다.

 게다가 해외에서 하는 코로나 검사 상당수가 부실한 탓에 그 효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확진되면 별다른 지원도 없이 무조건 음성 판명이 될 때까지 입국을 막는 방식도 논란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업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병이 들면 일부러라도 데려와서 치료해주는 게 맞는 거지, 무조건 입국을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질병관리청도 입국전 코로나 검사 의무화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이미 현장에서 실효성을 상실하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제도라면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는 게 답이다. 대신 입국 뒤 코로나 검사를 신속하게 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진짜 과학방역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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