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도 툭하면 사고 터졌다…결국 또 불명예 낳은 與연찬회

중앙일보

입력 2022.08.27 05:00

업데이트 2022.08.27 09:07

“주류는 전면 반입금지입니다.”(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25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는 이례적인 ‘금주령’이 내려졌다. 이번 연찬회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열리지 않다가 3년 만에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양 원내대변인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수해로 인해 이재민도 많이 발생했고, 경제 상황도 엄중한데 의원들이 음주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이는 게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원 연찬회는 통상 1년에 한 번씩 당 소속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열리는 행사다. 당내 현안 점검과 정책 논의를 목적으로 하지만,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단합대회’의 성격이 짙다. 역대 연찬회에선 각종 세미나와 분임토의가 끝나고 나면 반주를 곁들여 의원들과 취재기자들의 저녁식사 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으로선 정권교체 뒤 여당으로서의 첫 연찬회란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금주령이 내려진 건 최근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 등 경제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의힘 측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소 오름세긴 하지만 당ㆍ정 지지율이 여전히 낮고, 최근 당 상황도 시끄럽기 때문에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기 때문에 ‘애주가’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가 2014년 8월 당 의원 연찬회가 열린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 앞에서 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가 2014년 8월 당 의원 연찬회가 열린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 앞에서 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역대 보수정당 연찬회에선 여러 차례 금주령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2014년 열렸던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연찬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그동안 정치권의 과도한 음주문화 때문에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며 음주를 자제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연찬회가 세월호 참사 이후 열린 가운데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던 만큼 음주로 인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대신 김 대표는 당시 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직접 하기도 했다.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술 대신 탄산음료로 건배를 하는 등 금주령을 착실히 따랐다.

앞서 2006년 열린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연찬회에서도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금주령이 선포됐다. 당시 연찬회에 앞서 당 소속 최연희 의원이 술자리에서의 기자 성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한나라당은 연찬회에서 술을 마시는 대신 ‘음주추태, 폭력ㆍ폭언 금지 등을 담은 당직자 및 선출직 공직자 윤리강령을 채택했다.

몇차례의 금주령에도 결국 연찬회 술자리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2015년 열렸던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한 정종섭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쳤다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야당이 정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고, 결국 정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술은 없었지만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세미나 강연자로 나선 이지성 작가의 부적절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차유람 전 당구선수의 배우자인 이 작가는 “국민의힘에는 젊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필요하다”면서 “배현진씨도 있고, 나경원씨도 있고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연찬회는 '사고'없이 끝난 적이 별로 없었다는 불명예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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