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반값 로또' 청년원가주택…90만 청약예·부금은 그림의 떡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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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윤 정부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펴온 역대 정부마다 ‘로또’가 있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많이 저렴해 로또 같은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양 주택을 말한다. 주택공급 대책이 대개 ‘3대 원칙’으로 물량 확대, 공급 속도 높이기 외에 분양가 인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 판교신도시가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엔 보금자리주택이 기억난다. 박근혜 정부는 공급 축소를 추진해 로또라고 할 게 없었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선 신도시·재건축 상한제 단지가 10억대 로또까지 낳았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을 구체화해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공급 로드맵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도 3대 원칙을 따랐다. 5년간 공급 물량(인허가 기준)을 당초 약속한 250만가구보다 20만가구 늘린 270만가구로 정했다.

속도전을 위해 정부는 “주택공급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주택사업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겠다”며 “유사절차를 통합하고 운영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수요자 눈길을 끄는 부분이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이다. 윤 대통령이 공약에서 내놓은, 이전 정부에 없던 신상품이다. 정부는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한다고 했다.

올해 고양창릉 등서 3000가구 분양 

이미 땅값·건축비 원가 수준으로 분양가를 정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와 서울 등 민간택지(공공택지 이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등)에서 시행 중인데 어떻게 다를까.

국토부 관계자는 “상한제를 적용하지만 지금보다 분양가가 더 내려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70% 이하로 예상했지만 집값이 비싼 인기 지역에선 반값 이하로도 내려갈 수도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낮출 방법을 밝히지 않았지만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청년원가주택의 경우 택지비 인하를 생각할 수 있다. 현재 택지비가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 금액으로 산정된다. 과거처럼 조성원가로 택지비 기준을 바꾸면 된다. 땅값이 뛰면서 조성원가와 감정가 격차가 크다. 2014년 감정가격으로 바뀌기 전에는 수도권에서 전용 60㎡ 이하가 조성원가의 95%, 60~85㎡가 110%였다.

택지비를 조성원가의 110%로 낮추면 3.3㎡당 2500만원 정도까지 올라갔던 과천지식정보타운 등의 분양가가 2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8억원대인 전용 84㎡ 분양가가 6억원 정도가 된다. 주변 시세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과천 도심 재건축 단지의 같은 크기 실거래가가 13억~21억원이다.

사전청약 분양가가 3.3㎡당 1800만원대인 하남 교산신도시도 1500만원 밑으로 낮출 수 있다. 교산 인근 미사 등 신규 택지지구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3000만원이 넘는다.

정부는 올해 고양창릉·부천대장·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에서 3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역세권첫집은 정비사업 등을 통해 도심에서 공급하는데 분양가 산정방식이 상한제 그대로다. 하지만 택지비를 많이 내릴 수 있다. 종 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이 20% 이상 올라가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건물에 필요한 대지지분이 그만큼 줄어든다. 기존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이라면 450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상한제 주택과 달리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은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모두 가져가지 못한다.

자료: 국토부

자료: 국토부

정부는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5년 의무거주 기간 뒤 공공에 환매할 때 시세차익의 70%만 주고 30%를 공공에 귀속하도록 했다.

공공이 시세차익 30%를 가져가더라도 분양가 인하를 고려하면 로또 수준이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40년 이상 저금리 장기대출   

파격적인 금융지원 혜택도 있다. 정부는 초기 자금부담을 낮추기 위해 40년 이상 저금리 장기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가격·금융조건이 워낙 좋아 관심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공급량이 50만가구다. 주택 크기는 청년원가주택이 전용 85㎡ 이하, 역세권첫집은 전용 60㎡ 이하로 예상된다.

공급 대상은 청년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19~39세)만이 아니라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도 포함한다.

하지만 청약통장 제한이 있다. 정부는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을 공공이 공급하는 공공분양이라고 밝혔다. 공공분양은 청약저축·종합저축 가입자만 신청 자격이 있다. 청약예금·부금 가입자는 신청할 수 없다.

종합저축이 2009년 생긴 뒤 2015년부터 청약저축과 예·부금 가입이 제한됐지만 그 이전 가입자가 적지 않게 남아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예·부금 가입자가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1순위 기준으로 수도권 80만, 전국 90만명이다.

청약 자격이 없는 예금·부금 가입자의 불만이 많다.

30대 무주택자인 청약예금 가입자인 김모씨는 “상한제 분양가가 올라가고 금리도 잇따라 인상되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낮고 금융 혜택이 좋은 청년원가주택에 관심이 많은데 청약통장 종류로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에서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의 사전청약 일정 등 세부 공급 방안과 청약 제도 개편, 금융지원 방안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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