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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비대위’ 열흘 만에 좌초, 권성동 체제 회귀가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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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호 04면

국민의힘 대혼돈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이날 채택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이날 채택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또다시 지도부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26일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열흘 만에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다. 당내에선 일단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더욱이 향후 당 수습 계획은 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 전체가 용산 대통령실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권성동 대행’ 체제의 근거는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지만 비대위원들 지위나 비대위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박정하 수석대변인)이란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법원이 비대위 수립에 있어 “분명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무게를 둬 비대위 틀은 유지하고 주호영 비대위원장만 권성동 원내대표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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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도 “원내대표 직무대행 형태로 법률 대리인들과 의견을 나눴고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앞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이번엔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여당 원톱’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당내 ‘친이준석계’와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권성동 책임론’이 가장 큰 변수다. 일단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원내대표와 대결했고 상임전국위 등에서 “이 전 대표에게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3선의 조해진 의원은 권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일각에서 원내대표 인책 사퇴와 신임 원내대표 선출 주장도 있다고 하는데, 현 원내대표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노력한 입장”이라며 “집권당이 선거 넉 달 만에 다시 원내대표 선거를 하는 것도 사리가 아니다”고 썼다.

권 원내대표까지 물러날 경우 당 전체가 패닉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적잖다.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원내지도부는 별도 선출 과정을 거쳐 뽑았기 때문에 가처분 결과에 관계없이 지도부 지위를 유지한다”며 “정기국회 직전 원내대표 선거를 다시 하는 건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이처럼 비대위의 큰 틀을 유지하려는 당 지도부 움직임에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과거 사사오입 개헌 때의 독재 정권과 같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라며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출범의 근거였던 당헌 당규상의 ‘비상 상황’의 존재 자체를 법원이 부인한 만큼 주 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들도 모두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선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최고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최고위원 중 김용태 최고위원 거취 문제가 걸림돌이다. 앞서 비대위 구성 직전 배현진·조수진·윤영석·정미경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이준석계인 김 위원은 사퇴하지 않고 남았다.

이날 법원의 판단으로 당내 일각에서 힘을 얻던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6개월)이 지나더라도 채권자(이 대표)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징계 종료일인 내년 1월 8일 당대표에 복귀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변수는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의 신청과 본안 판결 등 남은 법적 절차다.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제명 등으로 추가 중징계하거나 이 전 대표를 겨눈 경찰의 성 상납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때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 전 대표는 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1박 2일간 진행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가 끝난 직후 발표됐다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이틀째 연찬회를 진행하며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다. 토론회 후엔 결의문도 발표했다. 당은 결의문에서 “민생·국민 정당으로 거듭나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권 원내대표는 “이틀 동안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한 의원들 모두 복 받을 것”이라며 참석자를 격려했다. 연찬회 종료 직후엔 “이번 기회로 당·정이 일체돼 국민을 위해 뛸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의문 발표 직후 예상치 못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하느라 연찬회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던 주 위원장도 오후 스케줄을 모두 취소한 뒤 김석기 사무총장 등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후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주 위원장은 “정당 자치의 원칙을 훼손한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이 (지도부 체제 전환의 전제인) 비상 상황이 아니라 했는데, 이는 본인이 중병 들어 아파 죽겠다는데 제3자가 괜찮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이철규 의원도 “이 전 대표가 법적 절차를 밟는 건 개인의 온당한 권리인 만큼 뭐라 할 순 없다”면서도 “경찰 수사 후 성 접대 의혹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책임지고 당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주 위원장과 대응 방안을 상의한 뒤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처분 인용 직후 권 원내대표와 통화한 한 의원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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