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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쉽고 신나게 계속 달리는 방법 연구…다양한 러닝 콘텐트·이벤트 만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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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호 09면

SPECIAL REPORT

‘굿러너컴퍼니’ 이윤주·예상국 공동대표. 두 사람은 러닝 크루로 처음 만났다. [사진 이윤주]

‘굿러너컴퍼니’ 이윤주·예상국 공동대표. 두 사람은 러닝 크루로 처음 만났다. [사진 이윤주]

2015년 창립한 ‘굿러너컴퍼니’는 다양한 러닝 대회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회사다. 서울 여의도·서울숲, 부산에 지점을 두고 러닝 용품 전문 숍도 운영하는데 알바를 제외한 멤버 12명 모두 오랜 기간 단련된 전문 러너들이다. 이윤주(39) 대표는 “1주일에 한 번씩 정규 모임을 갖고 달리기도 하지만, 퇴근길에서 또는 퇴근 후 동네에서 각자 수시로 달린다”며 “정말 못 말리는 달리기 중독자들”이라고 팀원들을 소개했다.

이 대표가 달리기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한 그는 서울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몸으로 움직이는 가장 순수하고 담백한 형태의 운동이 달리기라는 생각에 무작정 혼자 뛰었어요. 바르게 뛰는 자세나 방법도 모른 채 당시 살고 있던 구파발 인근 산을 달리면서 땀 흘리는 행위 자체를 즐겼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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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바로 그해에 본인의 표현처럼 “달리면서” 남편 예상국(37·굿러너컴퍼니 공동대표)씨를 만났다. “당시 남편은 한 러닝 크루의 리더였는데 그가 중심이 된 북한산 러닝에 참가했다가 연애를 시작했죠. ‘오늘부터 1일’ 약속 후 바로 다음날 첫 데이트를 한 장소도 ‘제주국제 트레일 러닝 100K’였어요. 그때 남편은 사랑의 힘 덕분인지 1등을 했죠.”(웃음)

부부는 마음에 맞는 또 한 명의 러너와 함께 다음해 굿러너컴퍼니를 창업했다. “오랫동안 뛰다 보니 달리기가 너무 좋아져서 어떡하면 이걸 쉽고 재밌게 계속 할 수 있을까 방법을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굿러너컴퍼니 멤버들은 주말에도 대부분 러닝 코스를 직접 만들거나 이미 완성된 코스와 새로운 장비들을 테스트하기 위해 곳곳에서 따로 또 같이 달린다. 러닝 이벤트를 직접 기획·운영할 때마다 멤버들이 ‘페이서(pacer)’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 그룹 앞뒤에서 코스를 리드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는 역할이다. 그러려면 정확한 코스 숙지는 물론이고 어느 지점에서 급수를 할지, 비상상황 시 자동차 진입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 세세하게 알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오랫동안 달리기만 하면 지루하니까 달리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없을까’ 고민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모아 아디다스·푸마·리복·호카·코오롱스포츠 등과 함께 다양한 러닝 콘텐트와 프로그램도 만든다. 릴레이 서울, 긍정 하프 마라톤, 시티 트레일 러닝, 플로깅, 로컬 어드벤처 등이다. 숲길을 달리며 트레일 러닝을 즐긴 후 요가까지 체험하는 프로그램, 남산을 달리며 독일문화원처럼 오래된 건축물의 역사와 사진 가장 예쁘게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굿러너컴퍼니의 아이디어 중에는 진짜 새롭고 흥미로운 게 많다.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막걸리 러닝’도 기획했다. 평소 정규 달리기를 끝낸 후에는 술모임을 따로 갖진 않지만, 벚꽃이 피는 계절 만큼은 막걸리 전문점이 있는 곳을 레이스 종착지로 정해서 완주 후 벚꽃 막걸리 한 잔씩 맛볼 수 있도록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매년 진행하는 ‘운탄고도 스카이 레이스’ 때는 근처 막걸리 양조장과 협업해 완주자들에게 ‘완주(酎)’라고 쓴 막걸리를 선물로 준 적도 있다.

이 대표에게는 2018년 부부가 직접 스웨덴으로 날아가서 경험한 후 그해 광화문 광장에서 국내 첫 플로깅을 열었던 일이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녁에 크루들이 모여 도심을 달리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술 취한 분들이 같이 뛰겠다며 진로를 방해하는 경우도 흔했죠. 그런데 뛰면서 쓰레기도 줍고 하니까 이젠 상가 분들이 박수를 쳐주세요. 건강하고 의미있는 달리기라는 인식이 생긴 거죠. 세상의 모든 쓰레기를 다 주울 순 없지만, 누군가 우리를 보고 집에 돌아가 한 번이라도 재활용품 분리에 신경 쓰게 된다면 보람 있죠. 며칠 전 장마 때도 담배꽁초 때문에 막힌 하수구가 많아서 피해가 컸잖아요. 실제로 거리에서 줍는 쓰레기의 70%가 담배꽁초에요. 그래서 요즘은 달리면서 더 적극적으로 ‘담배꽁초 버리지마’라는 구호도 외쳐요.”

이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 러닝은 매주 1회 진행하는 ‘긍정 러닝’이다. “실제로 ‘긍정 러닝’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달리죠. 가슴 속에 쌓인 부정적인 마음과 스트레스는 땀을 통해 밖으로 빼내고, 긍정 에너지는 꾹꾹 눌러 담자는 게 우리의 모토거든요. 달리기의 중독성은 바로 이 샘솟는 긍정 에너지에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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