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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률 27% 14년만에 최저, 반값 물건 나와 투자 적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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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호 15면

[실전 재테크] 부동산 경매

역대급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경매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낙찰률은 26.6%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7월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13.4%포인트 하락한 96.6%를 기록했다. 감정가격이 1000만원이라면 과거에는 1100만원에 낙찰됐지만, 지금은 960만원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장에 공포심이 커질 때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유근용 발품불패 공동대표는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도 실제 부동산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 어려운데, 경매시장에는 이런 물건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현정 즐거운컴퍼니 대표는 “경매는 시작부터 이기는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낙찰되면 좋고, 떨어져도 다른 게임에 참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활황장은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두기 좋은 시기라면, 침체기는 임대수요가 많아지기에 임대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투자 대상을 늘려가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두 전문가로부터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방법과 소액 투자 노하우를 알아봤다.

▶유근용 발품불패 공동대표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복잡할 거라 생각해 아무도 참여 안해, 혼자 무혈입성했죠.” 지난해 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A씨는 인천 송도에 국제학교를 마당처럼 품은 아파트(전용 118.78㎡)를 8억원대에 사는데 성공했다. 비결은 지분경매. 공동명의로 집을 소유했던 부부가 이혼하면서 남편의 지분(50%)만 경매로 나온 경우였다. 낙찰 후에 아내의 지분도 사들여 온전한 내 집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당장 입주가 어려웠던 A씨는 그 집을 전세로 내놨다. 총 매입가격은 8억8710만원. 전세보증금은 8억원이다. 실제 매입에 들어간 돈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집의 당시 시세는 11억~12억원. 송도 부동산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현재 매매 시세는 15억~16억원을 호가한다.

유찰 땐 서울 20%, 지방 30%씩 하락

A씨로부터 내 집 마련 상담을 받고 해당 아파트를 추천했던 유근용 발품불패 공동대표는 “지분경매는 특수물건이라 경쟁자가 적어 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매는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된다. 유 대표는 “경매 물건 대부분은 낙찰 받아도 하자가 없다. 초보라면 책 한 권을 읽어보거나 강의 한 번만 들어봐도 그런 불안은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경매를 시작한지 5년 만에 경매 73건, 공매 126건을 낙찰받는 등 월 평균 3건 이상의 낙찰 행렬을 이어온 실전 경매투자자 겸 경·공매 일타강사다. 네이버 카페 ‘발품불패’를 통해 경매를 비롯한 재테크 방법을 공유하고 있으며 『왕초보도 바로 돈 버는 부동산 경매의 기술』 등의 책을 냈다.

유 대표는 최근엔 강남구 청담동의 대형 아파트를 지인 9명과 공동투자했다. 유 대표가 투자한 돈은 낙찰가의 3분의 1인 6억3660만원. 나머지 지분을 가진 공유자들과 협의해 빠른 매도를 추진 중이다. 유 대표는 “지분경매의 경우 은행권 대출이 어렵기에 공동투자를 통한 접근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경매 괜찮을까.
“시장이 안 좋기 때문에 더 경·공매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요즘 뉴스들을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번 유찰 때마다 보통 서울은 20%, 지방은 30%씩 최저가가 떨어진다.”
최근 감정가가 급매보다 높아졌다.
“감정평가 시점이 대개 6개월에서 1년 전이다. 시장이 좋을 때 평가된 매물은 감정가가 높다. 그러면 1회든, 2회든 유찰을 기다려보자. 시세가 더 떨어질 수 있는 위험까지 고려해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면 된다.”
권리분석도 복잡하지 않나.
“유찰된 경매 물건은 이상한 거 아닌가 하는 사람은 왕초보다. 경매 책이나 강의만 한번 들어봐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경매 카페와 커뮤니티도 적극 활용해보자. 관심 매물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 권리분석 등에 대한 도움까지 받을 수 있다.”
잔금 등 대출 활용법은.
“낙찰되면 경락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역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등 기본적인 대출한도는 같다. 임대 보증금이 들어오기 전 잔금 납부를 위한 단기자금이라면,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2금융권이나 P2P 등 범위를 넓혀 살펴볼 수 있다. 담보의 80% 이상 대출도 가능하다.”
지분경매, 공동투자는 위험하지 않나.
“지분경매는 경쟁은 적고 유찰이 많이 돼 수익이 큰 편이다. 다른 지분 보유자가 낙찰 받은 지분을 사가면 바로 수익도 가능하다. 소액으로도 강남 아파트처럼 비싼 매물도 낙찰 받을 수 있다. 단 지분경매는 일반 대출이 용이하지 않아 공동투자로 진행하기도 한다. 투자자들 사이에 세부 조건을 명시해 확약서를 받고 진행해야 한다.”
내 집 마련, 조언해준다면.
“그동안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굉장히 높았다. 지인 중에도 그렇게 청약을 기다리다 이제 서울 집은 접근하기 어렵다며 수도권을 살펴보는 경우가 있다. 관심 지역에 괜찮은 경매물건이 나왔다면 청약을 포기하고라도 도전해도 된다. 최근 초급매도 종종 나오고 있기에,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일반 매물도 같이 살펴보며 시세를 파악하는 게 좋겠다.”

▶이현정 즐거운컴퍼니 대표

“284만원으로 빌라에 입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비싼 자전거 한 대 가격도 안 되잖아요.”(아들) “3000만원에 낙찰 받아서 1억원에 매도하면 대박이지.”(엄마)

지난해 이현정 즐거운컴퍼니 대표와 20대 아들이 경매 물건에 관해 나눈 대화다. 실제 이 대표의 아들은 지난해 6월 경기도 광주의 방 2개짜리 빌라를 4100만원에 낙찰 받는데 성공했다. 대출을 제외한 실제 투자금은 820만원. 이 집의 시세는 현재 1억원이 넘는다. 인테리어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고, 2년 보유 후 매도 시 예상수익은 4000만원 이상이다. 일시적 2주택 제도를 활용해, 다음번에는 조금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탈 계획을 갖고 있다.

경매 3년 만에 집 21채 임대사업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대표도 2009년 경매로 내 집을 제일 처음 마련했다. 39세에 늦둥이 셋째를 갖고, 답답하고 낡은 빌라 임차인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경매 공부 후 두 달 만에 경기도 광주의 전용 84㎡의 아파트(낙찰가 2억1500만원)를 낙찰받았다. 대출 75%(1억5700만원)에 원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니 약 3000만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또 다른 집을 낙찰 받았다. 그렇게 경매와 인연 맺은 지 3년 만에 21채의 집을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됐다. 이후 10년 이상 토지, 상가 경매 등 전문가의 영역에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다시 경매의 기본인 주거용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차 대신 집을 사고, 1000만원이 있다면 당장 경매를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0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 가능한가.
“8월에도 인천 미추홀구의 33㎡ 규모의 빌라가 3700만원에 낙찰이 됐다. 전세 보증금을 받는다고 하면 투자금 1000만원 이하로 매수가 가능하다. 낡은 빌라는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노원구의 빌라를 9800만원에 낙찰 받아, 수리 후 1억2000만원에 전세를 놨다. 이 매물은 올 초 1억7000만원에 매도됐다.”
소액 경매의 핵심은 무엇인가.
“저렴한 물건은 사실 낡고 못생긴 매물이다. 싸게 사서 수리를 한 뒤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낡은 물건이니까 경쟁도 덜하고, 시세보다 20~30%에서 많게는 40% 수준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을 수 있다.”
인테리어 비용도 올랐는데.
“처음엔 전문가가 하는 걸 지켜보고, 다음부터는 본인이 직접 자재를 구입하고 각 분야의 기술자들에 의뢰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지난해 낙찰 받아 수리한 아들 집(전용면적 54.46㎡)은 방2개짜리 빌라인데, 새시까지 1300만원에 올수리를 했다.”
낡은 주택은 수리 등 복잡한 문제가 적잖을 텐데.
“누수가 심한 집들은 맑은 날에도 밖에서 물자국이 벽에 보인다. 현장조사를 가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아래층, 위층 주민은 대부분 누수 여부 등을 알고 있다. 소소한 수리는 즉시 대응하면 되고, 누수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집은 애초에 걸러야 한다.”
경매 공부의 시작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주목한 이유는.
“내 집 마련이 먼저 이뤄져야 안정감이 생겨 다른 투자의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또 경매 중에선 주거용 부동산이 가장 쉽다. 투자 경험을 쌓아가며 차츰 규제가 적은 오피스텔, 상가, 토지 등으로 범위를 넓혀 가면 된다. 공부나 현업으로 바쁜 직장인과 사업자라면 주택 수를 늘려가기보다 비과세 혜택을 누리며 단계적으로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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