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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거리 허무는 포옹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3호 21면

은혜씨의 포옹

은혜씨의 포옹

은혜씨의 포옹
정은혜 지음
이야기장수

남녀노소 예외 없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종이 위에 연필로 비뚤배뚤 그린 그의 그림 속에선 누구든 옆 사람을 와락 끌어안은 모습이다.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작가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인 이 책은 그가 2019년부터 최근까지 그린 캐리커처로 가득하다. 정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배우로 얼굴을 알렸지만, 2016년부터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사람들 얼굴을 그려주는 화가로 유명했다. 그의 작품 중 ‘포옹’이 담긴 그림들을 한데 엮었다.

키 150cm 작은 체구의 정 작가가 누구든 빈틈없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거리두기’가 예의가 된 시대에 한 사람이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환대의 몸짓처럼 보인다.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아요. 사람을 안으면 제가 따뜻해지죠.” “사람들 얼굴이 다 다르잖아요. 다 예뻐요.” 알록달록한 그림 옆에 놓인 문장들은 군더더기 없이 투명해서 더 묵직하게 와 닿는다.

성인이 된 뒤 “매일 동굴 속에” 있는 듯 어두웠던 시절을 지나 그림을 그리며 세상 밖으로 나온 정 작가는 이제 “내 그림엔 실수 없어요. 틀린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단단함을 지녔다.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이달 30일까지 서울 종로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전시 ‘포옹전’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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