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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붓고 식사 때마다 '찌릿'...추측은 틀렸다, 범인은 '이병'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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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침샘에 생기는 염증 질환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진단과 함께 질환의 인지도가 조기 치료의 필수 조건이 되는 이유다. 특히 침샘에 염증이 생기는 ‘침샘염’은 조기 진단이 중요한 질환이다. 이름도 생소할 만큼 질환 인지도가 낮은 편이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턱 통증을 호소하지만, ‘놔두면 낫겠지’라는 생각에 병을 키우는 일이 잦다.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침샘염이 만성 질환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에 나서자.  

최모(41·여)씨는 최근 턱밑에 통증이 생겨 동네 병원을 찾았다. 갑자기 턱밑 부기가 심해지면서 식사를 할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러한 증상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최씨는 단순한 턱관절 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침샘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최씨를 진단한 의사는 “단순 침샘염을 방치할 경우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염증이 악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씨처럼 갑자기 턱밑 통증이 발생해 부기가 지속한다면 침샘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침샘염은 말 그대로 침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는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다.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조재구 교수는 “주로 구강 위생이 불량하거나 면역력 저하, 약물 복용, 탈수 등으로 침 분비량이 줄었을 때 구강 내 세균이 침샘 관을 타고 침입하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 나타날 때 바로 치료해야

대표적인 침샘염의 원인으로는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침샘에서 생긴 돌(타석)로 인한 침샘관의 막힘 ▶자가면역성 질환 ▶방사선 치료 ▶선천성 침샘 구조 이상 등이 있다. 흔히 ‘볼거리’로 불리는 유행성 이하선염은 바이러스에 의한 침샘염에 속한다. 자주 나타나는 침샘염은 ‘급성 세균성 침샘염’이다. 이는 성인에게서 자주 관찰된다. 면역력이 약하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난 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귀와 턱 근처가 부어오르면서 급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급성으로 찾아오는 침샘염은 오환과 발열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염증이 악화하면 고름이 차는 농양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안면 마비까지 올 수 있는 질환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변형권 교수는 “침샘 개구부를 눌렀을 때 농이 나오면 급성 세균성 침샘염을 진단할 수 있다”며 “턱 주위가 붓고 딱딱한 느낌과 열감이 느껴진다면 침샘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급성 침샘염이 만성화하는 경우다. 급성 침샘염이 만성으로 발전하면 의외로 특별한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억제된 상태에서 대개 고름도 발생하지 않아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완치된 것으로 착각해 병을 방치할 경우 침샘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소화불량과 구강 질환 등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은경 교수는 “증상이 약할 땐 약물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침샘염이 만성화하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급성 침샘염의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의료기관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강 위생·면역력 관리로 사전 예방

일단 침샘염이 생기면 음식을 적게 먹고 자극적인 것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턱밑 부종이 재발할 때는 식전이나 식후에 침샘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귀밑과 턱밑 침샘을 마사지하면 침 분비가 활성화되면서 침샘 기능 퇴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인 턱관절 통증은 온찜질이 효과적이지만 침샘염에는 온찜질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침샘염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보통 항생제 복용과 충분한 수분 섭취만으로 호전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침샘관 세정술 등 시술 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전체 치료에서 수술 비중은 크진 않다. 수술 흉터가 남는 데다 안면 신경을 건드릴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다만 침샘염의 원인이 타석증(침샘 부위에 석회 물질이 생겨 침의 통로가 막히는 질환)일 경우 침샘관에 생긴 돌을 제거하는 시술이 필요하다. 타석을 제거한 후에도 반복적으로 타석이 생기거나 턱밑샘(악하선) 내 깊숙이 타석이 형성된 경우 절개를 통해 악하선절제술을 시행한다. 중앙대광명병원 이비인후과 박성준 교수는 “아직 보편적이진 않지만 침샘 내시경을 통해 침샘염을 치료할 수도 있다”며 “이는 침샘관의 절개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과거 수술적인 치료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행성 이하선염은 백신 접종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휴식을 취하면서 면역력을 좋게 유지하면 보통 일주일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침샘염은 치료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하다. 침샘염을 예방하려면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침의 분비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조 교수는 “면역 문제로 발생하는 쇼그렌증후군과 만성 침샘염 등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지속적인 치료와 구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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