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법정 나온 이수정 "이은해, 자아도취적 가스라이터"

중앙일보

입력 2022.08.26 20:43

업데이트 2022.08.26 22:02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 씨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 씨가 지난 4월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씨가 절벽에서 뛰어든 것에 이은해씨의 가스라이팅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나”(증인심문 중 검찰 측 질문)
“가스라이팅 했다고 하는데 일부 기록으로 8~9년에 걸친 이들의 관계를 평가할 수 있나”(증인심문 중 이은해·조현수씨 변호인의 질문)

26일 ‘계곡 살인 사건’ 법정엔 범죄심리 학계의 유명인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등장했다. 26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11번째 재판에서 이 교수는 검찰 측이 신청한 감정 증인이었다. 이 교수는 수사 단계에서 검찰의 의뢰로 이 사건 기록 일부를 토대로 피해자 윤씨의 사망 전 심리 상태와 윤씨와 이씨 사이의 심리적 관계 등을 분석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실상 검찰이 구성한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 논리의 심리학적 배경을 제공한 것이다.

검찰은 이 교수를 통해 이씨가 구사한 가스라이팅의 양상과 윤씨 행위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려 시도했다.

윤씨는 이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의존적 관계였나
의존적 성격장애로 추정된다. 윤씨는 이씨의 정서적 학대로 인해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긴 상태였다. 이씨와의 관계를 끊을 수 있지만 그런 가능성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씨의 가스라이팅 때문으로 보인다. 합리적 의사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윤씨는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못하는 데 계곡물로 뛰어들었다. 심리학점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하나는 이씨가 대신 뛰어내리겠다며 강요했던 것. 그간 다양한 강요해온 끝에 그런 말을 한 거다. 둘째는 윤씨가 이씨 무리에 끼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받으면서 사회적 관계가 끊어졌고 집단 압력을 받았고 그게 윤씨의 자유의지를 넘어설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인가
지배적이라 생각한다.
이씨는 가스라이터인가
자아도취적 가스라이터로 보인다. 폭력을 행사하진 않지만, 자기중심적으로 피해자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차가웠다. 윤씨에게 반복적인 욕설을 하고 금전을 보내라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친절하게 안부를 물었다. 피해자를 사랑받는 것인지 폭력 피해를 보는 건지 헷갈리게 하였다. 이것이 피해자의 정서적 공황상태를 유발했다고 본다.
이씨는 심리적으로 윤씨를 어느 정도 지배했나
윤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전기세 등을 못 내는 상황에서도 이씨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 지인에게 돈까지 빌렸다. 거듭된 금전 요구에 장기매매를 시도하는 글을 올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른 가능성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정도로 지배받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능성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정도로 지배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지인,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적인 자유의지가 망가진 상태였다.

반면, 변호인은 ‘심리적 부검’의 가치를 절하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에 제공한 수사 자료를 토대로 판단했다. 제공된 자료의 질에 따라 의견이 바뀔 수 있나
A4용지로 박스 하나를 채울 정도의 자료를 받았다. 의견을 뒤집을 정도의 추가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이상 바뀌지 않는다.
이씨가 윤씨를 가스라이팅했다고 했다. 어떤 부분을 가지고 8~9년간의 관계를 평가하나
윤씨가 이씨에게 보낸 메신저 대화, 송금기록 등이 있다. 윤씨의 메신저 대화 기록과 주변 증인 진술 조서 등으로 평가한 거다.
윤씨는 이씨가 “내가 대신 뛸께”라고 하면서 구명조끼를 입는 것을 보면서도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뛰어내렸다. 이 역시 윤씨가 가스라이팅이 작용한 로봇 같은 상태라서 그랬다고 보나
윤씨가 수영을 할 줄 알았느냐 몰랐느냐를 이씨 등이 알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더 중요하다. 수영을 못하는 줄 알면서 절벽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라고 강권했다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가 고의를 인정하는 데 중요한 건 요건이다. 윤씨는 보통사람처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증인심문 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행위 자체가 중요한 건데 그 당시 윤씨가 자유의지라 볼 수 있는 의사결정 상태가 미약했고 이씨가 그걸 이용해서 의사결정을 못 하게 하는 강압 내지 간섭이 있었다고 판단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이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은해(왼쪽)씨와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이은해(왼쪽)씨와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한편 이날 검찰은 이씨와 조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 등에 대한 12차 공판은 이번 달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2019년 6월 이씨 등이 가평 용소계곡에 갈 때 동행했던 A씨(30)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검찰은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미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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