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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성동 대행체제'로 가나 …윤심이 그걸 원할지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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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또다시 지도부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 26일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출범 열흘 만에 좌초위기에 처했다. 당내에선 일단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는 방안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이 구상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향후 당 수습 계획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당 전체가 용산 대통령실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뉴스1

'권성동 대행'체제의 근거는 “비대위원장 직무는 정지됐지만, 비대위원들의 지위나 비대위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박정하 수석대변인)이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법원이 비대위 수립에 있어 “분명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무게를 둬 비대위 틀을 유지하고, 주호영 비대위원장만 권성동 원내대표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를 준용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와 당 내부 의견”이라고 말했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형태로 법률 대리인들과 의견을 나눴고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대로라면 앞서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이번에는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여당 원톱에 복귀한다. 당내 '친(親)이준석계'와 '비윤(비 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권성동 책임론'이 가장 큰 변수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원내대표와 대결했고, 상임전국위 등에서 이 전 대표에게도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3선의 조해진 의원은 권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일각에서 원내대표 인책사퇴와 신임 원내대표 선출 주장도 있다고 하는데, 현 원내대표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노력한 입장”이라며 “집권당이 선거 넉 달 만에 다시 원대선거를 하는 것도 사리가 아니다”라고 썼다. 권 원내대표까지 물러날 경우 당 전체가 패닉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편다.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도 중앙일보 통화에서 “원내지도부는 별도 선출 과정을 거쳐 뽑았기 때문에 가처분 결과와 관계없이 지도부 지위를 유지한다”며 “정기국회 직전 원내대표 선거를 다시 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하지만 비대위 큰 틀을 유지하려는 당 지도부 움직임에 이날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과거 4사5입 개헌 때 독재정권과 같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라며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출범의 근거였던 당헌·당규상의 ‘비상상황’ 자체의 존재 자체를 법원이 부인한 만큼 주 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들도 모두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최고위를 다시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존 최고위원 중 김용태 최고위원 문제가 걸림돌이다. 앞서 비대위 구성 직전 배현진·조수진·윤영석·정미경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했지만 친이준석계인 김 위원은 사퇴하지 않고 남았다.

향후 국민의힘 사태 수습의 방향타가 될 이른바 '윤심(尹心)'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위원장이 가처분 결정 직후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된다. 주 위원장이 전할 ‘윤심'의 향배가 향후 지도부 구성에 주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뉴스1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뉴스1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당내 일각에서 힘을 얻던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전국위 의결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6개월)이 지나더라도 채권자(이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전 대표가 징계 종료일인 내년 1월 8일 당 대표에 복귀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향후 변수는 국민의힘이 제기한 이의신청과 본안 판결 등 남은 법적 절차다. 또 당 윤리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를 제명 등으로 추가 중징계하거나, 이 전 대표를 겨눈 경찰의 성상납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낼 때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 전 대표는 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자신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대해선 효력 정지를 요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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