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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황 아냐"에 국힘 비상...비대위 제동 건 법원에 이의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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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황정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주호영은 비대위원장 직무를 집행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일련의 국민의힘 비대위의 구성 과정에 대해 재판부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전국위원회 의결(지난 9일) 중 비대위원장 결의(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한다는 결의) 부분은 당헌 96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및 민주적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주 비대위원장 선출 결의가 무효인데 이를 그대로 둬서 주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대표를 선출한다면 이 전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간이 지나더라도 대표직에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게될 우려가 있다는 게 재판부가 밝힌 결정의 직접적인 이유다.

法 “비대위 설치할 '비상상황' 없었다”

이달 초 배현진 의원 등 친윤계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이어지자 권성동 원내대표(당 대표 직무대행)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자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열린 5일 상임전국위는 비대위 구성 요건을 정한 당헌 96조 1항(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결했다. 이날 결정한 유권해석은 “당 대표가 6개월간 사고로 인해 당무에 참여할 수 없으며 최고위원회 정원의 과반 이상이 사퇴를 표명하는 등 현 상황은 당한 96조 1항이 규정하는 당의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국민의힘은 9일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임명권자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가하고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 전 대표는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의결과정에서 최고위가 과반수 출석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므로 뒤따른 나머지 의결도 무효이거나 부존재라는 등 절차를 문제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절차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당헌에 대한 유권 해석 등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의 내용이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이 전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나 최고위원 4명의 사퇴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 당 대표 또는 최고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위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 상임전국위 의결에서 들고 있는 사유인 ‘당 대표 6개월간 사고’는 당 대표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하여 당 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없어도, 권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행하는 등 최고위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은 4명이므로 전국위에서 1명만 선출하면 최고위 정원(9명)의 과반수 미달 문제는 해소된다”고 봤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 위원장 및 국민의힘 측은 그간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정당 활동에 있어 자율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당 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 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은 정당 활동의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에 관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사이 및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해 구성된 당 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다”며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의 의결로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상임전국위가 당헌 해석뿐만 아니라 나아가 비대위 설치까지 결정한 결과가 됐다”며 “상임전국위 의결은 상임전국위 권한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당헌에도 반한다. 당헌에 비대위 설치 결정 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100인 이내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에 결정 권한이 없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다만 비대위 수립에 있어 분명한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다. 상임전국위는 재적 위원 1/4 이상(20명)의 요구로 소집됐고, ARS 전화투표로 진행된 전국위 결의 방식도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각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은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힘 측 이의신청…법적 다툼 이어질 듯

국민의힘 측은 즉각 이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국민의힘 측 변호인은 “법원이 비상상황 등 사안의 실체에 대해 판단한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정당 등의 내부 분쟁에 대한 사법심사 한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당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서울고등법원에서 가처분 인용여부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게 된다. 이의신청이 기각된다면 주 위원장은 서울고등법원에 항고, 대법원에 재항고해 다툴 수 있다.

이날 결정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주 위원장의 직무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지난 19일 제기한 최고위·상임전국위 등 의결 무효 확인 청구소송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정지된다. 현실적으로 비대위체제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은 이의신청이나 항고 절차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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