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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세상은 과연 자유롭고 민주적일까[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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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철학
올리비에 딜리 지음
이상빈 옮김
청송재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들은 최종 상금 456억원이 걸린 게임에 목숨을 담보로 참가한다. 과연 자기 목숨을 이렇게 처분할 권리가 있을까.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고교 철학 교사인 저자는 이를 두고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적 관점과 칸트의 관점을 대비시킨다. 칸트에 따르면 자유는 자유의지만 아니라 자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율성은 이성과 의지를 지닌 존재로서 자신에 복종하는 것이고, 나는 욕망하는 바를 행할 때가 아니라 의무를 행할 때 자유롭다.

저자는 이 드라마에서 여러 철학적 질문들을 추출한다. 참가자들이 투표로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했듯 투표를 거치면 민주주의인지, 전체주의와 뭐가 다른지,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면 정의로운 것인지 등의 문제를 아렌트, 샌델 등 여러 철학자의 시각과 함께 짚는다.

이 생존 '게임'과 현대사회 '노동'의 성격도 조명한다. 저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도 자유와 거리가 멀다. 친절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폭력적 드라마를 본다고 개탄하는 대신 철학적 토론의 재료로 삼는 저자의 시도 자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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