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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정용수의 평양, 평양사람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 중…탄두 소형화에도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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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미사일에 막힌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장

남북이 최근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북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원을 남측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지난 17일 북한이 쏜 순항(크루즈) 미사일의 발사 장소를 놓고 남북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합동참모본부는 평남 온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8일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평남 안주시의 금성다리, 즉 평양과 평북 희천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교량에서 발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순항미사일 발사…남·북간 발사장소 이견
‘비핵화+대규모 경협’ 중심의 담대한 구상 걷어차고 미사일 위협
미국 공격용 전략핵 이어 소형 핵탄두 탑재하려는 계산일 수도
핵보유 선언한 뒤에 협상 무대로 나온 2017년 상황 되풀이될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은 입체적인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레이더는 물론 미사일 발사 전후 포착되는 전파, 그리고 미사일 발사 때 분출하는 화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조기경보위성(DSP와 SBIRS) 등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주장은 김여정의 말이 전부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읽는(독보회) 노동신문에 실었다는 점에서 거짓말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금성다리가 안주시내에서 약 2.5㎞가량 떨어져 있어 발사 장면을 안주시 주민이 지켜봤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양측이 추가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한 공방은 쉽게 판가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핵실험+미사일 발사’ 공식?

북한이 지난 1월 25일 함남 함주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당시 1937초 동안 18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월 25일 함남 함주에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당시 1937초 동안 18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양측이 밝힌 순항미사일의 발사 원점은 직선으로 약 92㎞가량 떨어졌다. 정확한 발사지점은 한국군의 탐지능력 못지않게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 상황 및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통상 미사일 개발 과정은 지상 엔진실험→발사대 발사→비행실험→정확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여러 차례 발사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개발 초기에는 해안에서, 이후 내륙으로 발사 장소를 옮긴다. 전형적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시험발사 과정이다. 그런데 군 당국이 지목한 온천 지역은 서해안 바닷가다. 한국군이 특정한 발사 장소가 맞다면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반면,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발사 지점은 해안에서 20여㎞ 떨어진 내륙이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완성 시점이 당겨지는 셈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1월 25일 신형 순항미사일을 쐈고, 당시 “9137초를 비행해 18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 비해 평균 속도가 시속 709㎞로 3㎞가량 줄었지만, 비행시간과 거리는 각각 25분 57초, 300㎞가 늘어났다. 사실상 순항미사일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순항미사일은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면 창문을 공격할 것인지, 출입문을 표적으로 삼을 것인지 판단할 정도로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탄도미사일이 위도·경도 등 2차원 정보를 활용한다면 지대지 순항미사일은 3차원 지형정보가 필요하다. 또 비행 내내 지형과 비행 정보를 비교하며 지상국과 교신을 하는 등 빠른 정보처리 능력이 필수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핵무기 다종화·소형화 전략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북한이 사실상 핵실험 준비를 마친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3번 갱도의 깊이 등을 고려하면 소형, 즉 전술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탄두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최근 개발한 전술미사일 뿐만 아니라 순항미사일 탑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파괴력이 작지만, 저공비행으로 레이더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핵순항미사일이 등장한다면 남북 간의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17일 발사한 미사일의) 제원과 비행자리길(비행경로)이 알려지면 남쪽이 매우 당황스럽고 겁스러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북한의 핵실험 징후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을 전후해 이를 탑재할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 96일 전 대포동 2호를, 2차 핵실험과 3차 핵실험 전에는 각각 인공위성 발사용이라며 은하-2호(50일 전)와 은하-3호(62일 전)를 쐈다. 또 4차와 5차 핵실험 직후에도 인공위성 발사라며 장거리 로켓을 쐈다. 각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변용할 수 있는 무기다. 그리고 6차 핵실험 직후인 2017년 11월 29일엔 ICBM인 화성-15형을 발사에 성공하고, 8차 군수공업대회(2017년 12월 12일)를 열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북한의 기술 수준으로 순항미사일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 징후와 순항미사일의 잦은 등장이 함께 이뤄진다는 점은 분명히 경계할 만하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미국 본토에 닿는 핵폭탄→수소폭탄→단거리 전술핵 개발 수순을 밟았고, 순항핵미사일이 완성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나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 멀고 복잡해진다.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 협박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8일 만인 지난달 27일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일 연설에서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위협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대규모 경제협력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발표(광복절 경축사)된 지 이틀 만이자,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순항미사일을 쐈다. 김여정은 핵을 국체(國體)로, 경협을 물건짝으로 폄하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간혹 북한의 표면적 주장과 행간을 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다가도 ‘통 큰 결단’이라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북한이다.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의료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담대한 구상 발표 직후 나온 반응을 일종의 ‘관심’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김여정은 “5월 취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할 구상이 있는 듯 냄새를 피웠지만 이번에 내놓은 게 허망하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거꾸로 윤 대통령 취임사를 보고 뭔가 기대를 걸었다고 해석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을 향해서도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순항미사일로 답을 하고, 김 위원장이 “아예 우리(북)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거나, 그의 ‘입’으로 통하는 김여정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한다”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는 얘기를 공개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통일과 화해·협력을 지상과제로 내세운다. 하지만 “상대하지 말자”는 김 위원장 남매가 ‘두 개의 조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치욕을 한국 정부에 돌리고, 전술핵 개발을 통해 몸값을 높이겠다는 시간 끌기일 수도 있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에 성공한 뒤 핵보유 선언을 하고 협상의 길에 나섰다. 화해의 손짓에 순항미사일로 답한 북한의 모습에서 2017년 상황이 떠오른다.

노동신문에 등장한 김설송, 그녀의 실체는?

지난 23일 북한 노동신문 2면에 ‘위민헌신의 길에 꽃펴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행보를 칭송하는 내용이 실렸다. 국무위원장이 칠면조 고기 매장을 찾아 승강기를 설치하라거나, 야외 빙상장 건설 공사장에선 스케이트 날을 갈아 주는 곳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북한 표현으로 덕행실기(德行實記)의 일환이다.

그런데 글을 쓴 이가 노동신문사 기자 김설송이었다. 이날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설송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김설송(48)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과 본처 김영숙 사이에 태어났다. 미국 국적의 대북 사업가와 극소수 한국 국적자를 만난 것을 제외하곤 대외에 공개된 적이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급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담은 사진에 현송월 당 부부장 이외에 김 위원장을 챙기는 듯한 낯선 여인이 등장했을 때 그가 김설송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에 김설송이 등장하자 김 위원장 등장 이후 이복 누나인 김설송이 노동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동명이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보 당국자는 “올해 들어서만 노동신문에 김설송이라는 이름으로 35건 안팎의 기사가 실렸다”며 “과거 통일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인물이 노동신문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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