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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입만 쳐다본다, 오늘 밤 ‘잭슨홀의 계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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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월 티턴산의 계시.’

암호 같은 이 말은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을 바꿔 온 강력한 주문이다. 신탁이 내리는 곳은 미국 와이오밍주 티턴 국립공원의 잭슨홀. 1982년부터 매년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주최하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 이른바 ‘잭슨홀 미팅’이 열리는 곳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티턴산을 배경으로 잭슨호를 내려다보는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매년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경제학자 등 150여 명이 모여든다. 25~27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잭슨홀 미팅도 마찬가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시장이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조바심을 내는 건 이곳에서 세계 경제 흐름을 바꾼 주요한 발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2007년과 2010년, 2012년 미팅 때 양적완화(QE)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닛 옐런 전 Fed 의장(2016년 “금리 인상 근거 강화”)과 스탠리 피셔 전 Fed 부의장(2015년 “선제적 통화정책 정상화”)도 잭슨홀 미팅에서 신호를 준 뒤 4개월 뒤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티턴산의 계시’를 기다리는 금융시장 관계자와 투자자가 숨죽여 지켜볼 행사는 26일(현지시간) 파월 Fed 의장의 연설이다. 예정된 주제는 ‘경제 전망’이지만, 긴축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파월과 Fed의 속내를 엿볼 수 있어서다.

세계경제에는 이미 조금씩 불안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속에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며 유럽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도 원화가치 하락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25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한 금통위원이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만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소개한 것도 ‘달러 신전’ Fed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경기 침체 우려에도 Fed가 상당 기간 긴축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을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며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에도, 현재의 경제 상황이 ‘거인의 발걸음’(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뗀 Fed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의 무대에 오르는 파월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낼 가능성은 작다. 무엇보다 물가 전망과 관련한 지난해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보였던 판단 오류(“인플레이션은 일시적”)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연설 이후에도 파월과 시장 사이에 ‘숨은 의미’를 찾으려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잭슨홀

잭슨홀

잭슨홀(Jackson Hole)=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에 있는 계곡이다. 티턴산과 빙하호를 품고 있다. 지형이 움푹 파여 구멍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잭슨홀(Jackson Hole)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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