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뷰’ 모노레일 타고, 실향민 시장 구경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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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화도 오디세이③ 교동도

강화도 부속 섬 ‘교동도’에서 화개산이 새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11월께 산 정상에 전망대가 들어서고, 산 중턱에 화개정원이 개장한다. 지난 6월 모노레일도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차창으로 북한 땅이 훤히 보인다. 최승표 기자

강화도 부속 섬 ‘교동도’에서 화개산이 새 명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11월께 산 정상에 전망대가 들어서고, 산 중턱에 화개정원이 개장한다. 지난 6월 모노레일도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차창으로 북한 땅이 훤히 보인다. 최승표 기자

강화도 서쪽 섬 교동도는 몇 년 새 천지개벽을 경험했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한 뒤 섬마을에 관광객이 물밀 듯 들어왔다. 펜데믹 와중에도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해 약 100만 명이 섬을 찾았다. 다만 방문객 대부분이 뭔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대룡시장 외에는 쉽사리 들를 곳이 마땅치 않아서였다. 그러나 올해 또 한 번의 천지개벽이 예상된다. 국내 최북단 모노레일이 들어섰고, 화개산 정상에는 북한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18일 교동도를 다녀왔다.

시간여행 떠나는 재미

교동도에는 한국전쟁 때 남하한 피난민이 많이 살았다. 대부분 황해도 연백군(현 연안군) 주민이었는데 이들이 연백시장을 본떠 만든 게 대룡시장이었다. 시장에서 만난 서경헌(78) 실향민 동우회장은 “어릴 적엔 시장이 더 크고 북적북적했다”며 “단지 물건만 사고파는 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고향 사람들의 회합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파머스마켓. 섬 특산물을 판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파머스마켓. 섬 특산물을 판다.

몇 년 새 시장도 많이 변했다. 피난 1세대 상인은 소수만 남았고, 오래된 가게는 2·3세대가 명맥을 잇고 있다. 5~6년 전만 해도 이발소·방앗간 같은 생활형 점포가 많았는데 지금은 카페와 간식 파는 가게가 골목을 채우고 있다. 현재 점포는 약 140개다. 대룡시장 최성호 상인회장은 “외형은 변했어도 친절과 인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모든 상인이 대룡시장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품고 손님을 맞는다”고 말했다.

달걀노른자를 띄운 교동다방 쌍화차.

달걀노른자를 띄운 교동다방 쌍화차.

여행객은 타임캡슐에 갇힌 듯한 시장에서 시간여행을 즐긴다. 교복을 빌려 입고 황해도식 냉면을 맛보고 복고풍 카페에서 쌍화차를 마신다. 시장 밖에도 보고,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미국의 시골 창고형 매장 같은 ‘파머스마켓’에서 농산물을 사고 밀크티를 마신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교동초등학교 소나무도 구경하고, 어느 기독교 신자가 만든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도 둘러본다.

500억원 투입한 신흥 명소

관광객 대부분이 대룡시장만 보고 섬을 떠난다. 새 관광자원을 고민하던 강화군은 2018년 화개산을 랜드마크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국비와 민간 투자를 포함해 약 500억원을 들여 강화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관광사업을 벌였다.

11월 완공 예정인 화개산 전망대. 바닥이 강화유리여서 아찔하다.

11월 완공 예정인 화개산 전망대. 바닥이 강화유리여서 아찔하다.

화개산(259m)은 교동도 최고봉이다.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이 일품이다. 고려 시대 문인 ‘이색’이 전국 8대 명산으로 꼽았을 정도다. 산 정상까지 가는 모노레일은 이미 완공됐고 전망대와 북쪽 사면의 화개정원은 막바지 공사 중이다. 강화군 이승섭 도시건설국장은 “전망대와 정원은 11월께 개방 예정”이라며 “북한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하고 정원에서 휴식까지 누리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월부터 시범 운행 중인 모노레일을 타봤다. 왕복 탑승권은 1만2000원. 승차장 건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1만2000원 이상 결제하면 무료 탑승권을 준다. 9인승 모노레일이 느린 속도로 산을 올랐다. 화개정원을 지나 정상부까지 16분 걸렸다.

아직 공사 중인 전망대도 올라봤다.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흔하지만 화개산이 보여준 풍광은 예사롭지 않았다. 너른 논과 한강 하구, 북한 땅이 훤히 보였다. 석모도·서검도·볼음도 등 숱한 섬이 옹기종기 떠 있는 남쪽 풍경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같았다.

낙조에 물든 해바라기밭

섬 서쪽 난정저수지는 이맘때 주민들이 가꾼 해바라기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해 질 무렵 풍광이 기막히다. 올해는 장마 탓에 9월 초에 꽃이 만개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 박용구]

섬 서쪽 난정저수지는 이맘때 주민들이 가꾼 해바라기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해 질 무렵 풍광이 기막히다. 올해는 장마 탓에 9월 초에 꽃이 만개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 박용구]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교동도를 들른다면 난정저수지도 가봐야 한다. 붕어 낚시로 유명한 저수지인데 이맘때 해바라기가 만개한다. 저수지 주변 공유수면은 원래 농어촌공사 땅이었다. 쓰레기 나뒹구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당시 박용구 난정1리 이장이 약 3만8000㎡ 부지를 임대해 주민과 함께 꽃밭을 일궜다. 쓰레기를 치우고 돌을 골라낸 뒤 해바라기를 파종했다. 늦여름 10만 송이 해바라기를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농사가 주업인 주민들은 폐허를 뒤덮은 꽃을 보고 감탄했고, 외진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 감격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바라기를 심었다. 다만 장마 탓에 파종이 늦어졌다. 7월에 심은 해바라기가 9월 초 만개해 약 보름간 장관을 연출할 전망이다. 박용구 난정1리 영농조합법인 부위원장은 “샛노란 꽃밭과 낙조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의 여느 해바라기밭보다 멋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한 박두성 선생의 생가.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창안한 박두성 선생의 생가.

교동도에는 역사적으로 뜻깊은 장소도 많다. 한국 최초 향교인 ‘교동향교’가 대표적이다. 고려 인종 5년(1127년)에 설립한 향교로, 주말마다 ‘우리 집 가훈 쓰기’ 체험을 진행한다. 향교 인근에는 한글 점자 체계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의 생가도 있다. 점자의 원리와 맹인을 위해 헌신한 송암 선생의 삶을 살필 수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여행정보=교동도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교동대교 앞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시범 운행 중인 모노레일 이용료는 1만2000원이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난정저수지 해바라기는 만개 시기에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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