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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저출산 예산, 잘 쓰이는지 계속 감시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8월 회의는 지난 23일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 사회로 진행됐다. 비대면 화상회의였다. 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디지털을 통해 보도된 기사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8월 한 달처럼 중국과 대만 문제에 관한 뉴스가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워낙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앵글이 뉴스에 들어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중앙일보 보도에서 한 가지 아쉬운 건 대만인들의 생각과 대만 정부의 관점에서 다룬 기사를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중앙일보가 다른 매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한·중 수교 30년’ 이슈를 다룬 것 같은데 한국 쪽 시각뿐 아니라 중국 쪽 시각도 밸런스를 맞춰, 한·중 수교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관점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8월에 경제면에는 유난히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보도가 많았다. 집값 하락과 관련한 선정적 제목이 많았던 게 아쉬웠다. 의도치 않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제목은 좀 지양하는 게 좋겠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이사장=지난 한 달간 새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중앙일보가 핵심을 잘 보도하고 많은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여기서 정책의 수요자가 대개 국민인데, 국민 목소리나 시민 반응에 대한 소개가 적었던 것 같다. 이런 반응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담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헤쳐가야 할 이슈 가운데 중장기 이슈, 특히 최근 기후 변화나 온난화의 리스크, 인구 감소 등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실감한다. 이런 이슈와 관련된 정책과 예산은 어느 정권인지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지 계속 모니터링해달라. 지난 몇 달간 반도체와 관련해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위원회에 여당·정부 등이 참여해 활동을 이어갔고 입법 절차까지 이어졌다. 이런 걸 기반으로 여야가 함께 반도체 플랫폼 같은 것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나아가 다른 주요한 이슈가 있을 때 여야가 좋은 플랫폼을 발전시켜 입법 협치를 이루도록 언론이 이런 문화를 조명해달라.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전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8월 3~5일 사흘간 연속으로 보도한 탐사보도 ‘대체복무 리포트’가 눈에 들어왔다. 제도 도입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운영의 실상이나 문제점은 아는 분이 거의 없다. 정보를 소상히 알려주는 측면에서 매우 알찬 기사였다. 8월 8일 자 8면 ‘최고 금리 인하 역설…만년필 들고 전당포 간 30대 대출난민’ 기사는 최고 금리를 제한하는 정책이 오히려 취약계층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해 만년필같이 저가의 물건을 두고 전당포에 가게 되는 역설적인 현상을 잘 풀어서 쓴 기사였다. 정책을 시행할 때 복합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적절한 기사였다. 8월 12일 자 14면 ‘졸속 법안 대장동 방지법, 시행 두 달 만에 고친다’ 기사에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이름만 나온다.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법안을 졸속으로 발의한 의원 이름도 언급하는 게 필요하다.

독자위원회 8/26

독자위원회 8/26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생각이 좀 다른데 연속 보도된 탐사보도 ‘대체복무 리포트’는 일부 독자에게는 관심사일 수도 있지만, 3회에 걸쳐 1개 면씩 지면을 할애해야 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화물연대 파업 관련 기사가 8월 17, 19일 자에 보도됐는데, 노조와 기업 측 입장과 주장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취재를 기대한다. 8월 18일 자 16면 ‘불법 낙태약 부작용 1% 선전, 청소년 노리는 검은 손’ 기사는 일부 청소년의 불법 낙태 문제를 다뤘는데, 매우 적절한 기획기사였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지난 한 달간 신문이 발행된 17일 중 14일 정도 정치 기사가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정치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참 많은 시기이긴 했고,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것도 맞지만, 동시에 민생에 대한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면 좋겠다. 8월 8일 집중폭우로 큰 물난리가 났다. 이번 폭우가 115년 만에 처음이고, 과거와 다른 특성을 보였다. 그런데 여전히 피해가 어떻다든지, 어떤 피해자가 있다든지 하는 기존 보도 관행을 반복했다. 물론 8월 23일 자를 보니 4, 5면을 터서 폭우의 원인, 세계 기후위기 등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미시적 관점에서 다뤘다면, 거시적 관점의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 8월 16일 자 기획 ‘청소년의 눈물: 17·18세 엄마 아빠의 생존기’에서 10대 청소년 출산을 잘 분석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여자 청소년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국 여자 청소년 문제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이번 달에 기획기사가 상당히 많이 보도됐다. 정부나 기업 등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시도다. 독자위원회도 매번 기획기사를 의미 있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달 기획기사인 청소년 부모 이야기, 낙태 현주소, 아동 주거 빈곤 등을 보면서 국민 정서상 좀 저항감을 가질 내용이 포함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조금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청소년 부모 기사의 대안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지원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장려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일반적인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8월 18일 자에 ‘대우조선, 계약금도 안 받고 잠수함 만들다 900억 날릴 판’ 기사가 1, 2, 3면에 걸쳐 보도됐다. 진상을 규명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제목에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기성세대에게는 눈길을 끄는 요소일지 모르겠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8월 22일 자 12면 ‘라임 몸통 김영홍, 이달 초 온라인 도박사이트 또 열어’ 기사를 보면 중간에 해당 도박사이트의 인터넷 주소가 나온다. 일종의 고발이라지만 누군가에게는 홍보가 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이라도 어디까지 알리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보면 좋겠다. 18일 자 24면 ‘김영민의 생각공화국-나는 왜 산책을 하는가’를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MZ세대에게 인기 필자인데, 이런 글로 생각의 쉼표를 찍고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8월 한 달간 중앙일보 보도 가운데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두 가지다. 먼저 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건이다. 적절한 대응이 되지 못해 간호사가 사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 국민과 의료계의 입장차가 크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 의료 현실은 신경외과뿐 아니라 소아과조차 대학병원에서 당직 의사를 확보하지 못해 진료할 수가 없다. 3D 진료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의료 사고에 따른 피해가 의료진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상황까지 와 있는 것 등이 기피가 심한 이유 중의 하나다. 중앙일보 등 언론에서 이런 문제를 장기간 집중적으로 다뤄야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높아지고 국회나 정부, 시민사회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이번 달에는 모바일 뉴스를 중점적으로 봤는데, 이슈들이 파편화돼 다가왔다. 클릭 수를 쫓아가느냐, 정론지로서 중심을 잡고 가느냐, 이런 딜레마가 늘 있겠다고 느꼈다. 8월 23일 디지털 기사 ‘정청래 팍팍 밀어달라…‘봉이 김선달’ 분노한 스님의 변심 왜?’는 좀 불편했다. 내용을 읽고 제목을 다시 봐도 제목이 국어의 질서를 해치는 수준까지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31일에 보도된 ‘가족 손 잡고3일내 눈감는다, 서울대병원 8평 그곳의 비밀’이라는 기사는 매우 차분하게 정리가 잘 된 기사였다. 임종실에 환자들이 들어와서 기계들을 다 뽑고 진통제 맞으면서 가족들과 평온하게 이별을 한다는 것들을 잘 정리해 많은 울림을 줬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의 대립을 다룬 8월 17일 자 14면 ‘제품 출하 막았던 화물연대, 이번엔 하이트 진로 본사 옥상·로비 점거’ 기사의 경우 제목에 화물연대 입장이 배제되고 중립적이지 않았다. 8월 24일 자 1, 4, 5면과 사설로 이어진 ‘세 모녀 살릴 복지그물 두 번이나 구멍 뚫렸다’ 기사는 발 빠른 취재로 이슈 정리가 잘됐다. 반면 해외 사례나 적용 가능한 대안 등이 좀 더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8월 5일 자 8면 ‘요즘 금융계는 임금피크제 세대갈등, 자리만 차지하는 선배 ’고려장 서럽다‘’ 기사는 임금피크제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을 신구 대립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양쪽 입장과 근본적인 원인,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을 잘 이슈화한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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