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당헌 중앙위 부결 하루만에…당무위서 재의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일부 조항만 바꿔 26일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치기로 하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非)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당헌 개정을 위한 논의가 부족했고, 절차도 위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전당대회 이후에도 분란이 계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무위원회를 열고 전날 부결된 당헌 개정안을 ‘권리당원 전원투표’ 조항(14조의2)만 삭제하고 다시 중앙위원회에 올리기로 했다. ‘이재명 방탄용 개정’ 의혹을 받았던 당헌 80조 개정안은 그대로 살아남아 26일 중앙위에 재상정되는 것이다. 중앙위에서 통과되면 당헌 개정 절차는 마무리된다.

구체적으로 재상정되는 당헌 개정안은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당직자가 기소될 경우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당헌 80조 1항)과 관련, 직무 정지를 구제하는 기관을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바꾸는 내용(당헌 80조 3항 개정안)을 담고 있다. 직무정지를 구제할 당무위의 의장은 당 대표가 맡는다. 특히 이재명 의원이 8·2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는 게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국민의힘에선 “이 의원에게 방탄조끼를 입힌 꼼수 당헌 개정”(김기현 의원)이라고 비판해 온 조항이다.

그러나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무위 모두발언을 통해 “중앙위 부결 과정에서도 (당헌 개정) 찬성표가 더 많았다”며 “쟁점이 된 조항을 드러냈고, 다른 조항은 큰 이견이 없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수정안으로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당헌 개정 재추진을 강하게 성토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전 윤리심판원에서 번복할 수 있는 것을 당무위에서 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낸 건데, ‘이것도 꼼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대해 ‘100% 클리어됐다’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지도부가) 말하는 건 관심법(觀心法)”이라며 “어떻게 문제가 없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당헌 개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당헌 당규상 중앙위를 개최하려면 (소집 공고에) 5일이 필요한데, 긴급을 요하는 (예외 인정) 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우리가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이상민 장관이 법 규정을 뛰어넘는 게 문제라고 한 만큼 우리도 당헌·당규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나 논의가 없었다”며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질 결정들을 자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당헌 개정 무산 하루 만에 재개정 추진에 나서면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중앙위에서 부결된 안건을 일부만 바꿔 곧바로 다시 올리는 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비이재명계 수도권 의원)이라는 주장 역시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결된 것은 부결된 전체로서, 그중 일부를 재상정 심의에 부치는 것은 명백히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중앙위가 끝나면 한 회기가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회기가 시작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같은 회기에 동일한 안건이 상정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비대위 활동이 이번 주 마무리되고 지도부가 바뀌는 만큼 비대위에서 마무리할 부분은 충분히 정리하고 가는 것이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전당대회 전 당헌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당이 이날 올린 당헌 개정안 수정안은 26일 중앙위 온라인 투표에서 재적 인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최종 의결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