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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 정권 핑계 안 통해" 이런 與연찬회 덮친 '아름다운 4인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여당·정부·대통령실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소속 참모와 당 소속 국회의원 98명, 장·차관·외청장 63명 등과 함께 만찬을 했다. 현직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尹 “국제 상황, 전 정권 핑계 안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6시 46분쯤 연찬회 장소인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의 만찬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정말 신나게 선거운동을 했던 그 추운 날씨에 여러분과 함께 뛰었던 시간들이 생각이 나며 감개무량하다”며 모두 발언의 운을 뗐다. 이어 “정말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적인 여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이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해소가 되고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기 국회에서도 국민들께 국민의힘과 우리 정부가 정말 유능하고 국민들의 가려운 곳, 어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드리고 고쳐드릴 수 있는 유능한 정당과 정부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오늘 이렇게 단합의 자리를 만들었다”며 “을지연습이라서 술은 못하지만, 술 마신 거나 똑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도 좀 털자”고 말했다.

앞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만찬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당의 상징인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윤 대통령은 상임위별로 마련된 8개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인사했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마주치자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 빨리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잘 알겠습니다”고 큰 소리로 답했다. 공약 파기 논란이 일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에 대한 언급이었다.

술 반입이 금지된 만찬장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오미자 주스로 건배가 진행됐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연찬회를 통해 당내 갈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하자”며 ‘대한민국 대도약! 함께! 함께! 함께!’ 구호를 외치고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모두발언만 하고 만찬장을 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만찬을 하자고 요청하면서 행사는 오후 8시17분쯤에 끝났다. 윤 대통령은 의원과 당직자들의 요청에 일일이 기념 촬영을 했다. 또 만찬장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을 보니 가기 싫다. 털썩 주저 앉아서 밤새 얘기하고 싶은데 가겠다”고 했다. 이에 참석 의원들은 “윤석열 파이팅”을 외치며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尹은 커피, 洪은 콜라 보내

이번 국민의힘 연찬회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탓에 2년여만에 열렸다. 새정부 초반 낮은 국정 지지율과 당 내홍을 극복해 심기일전하자는 게 연찬회의 취지였다. 낮 12시 넘어부터 속속 연수원에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맞춘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명찰을 달았다. 오랜만에 열리는 연찬회를 기념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홍카콜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코카콜라를 연수원으로 보냈다. 당 소속 박상돈 천안시장이 보낸 호두과자도 눈에 띄었다.

오후 2시 공식 일정이 시작되자 주호영 위원장은 인삿말에서 “여당이 되고 처음 열리는 연찬회라 훨씬 어깨가 무겁고 많은 책임을 느낀다”며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민의 지지로써 국정 동력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대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어 갈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번 정기국회를 대도약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한 이지성 작가의 특강이 열렸다. 안철수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노트북을 들고 입장했다. 참석자들은 강의 시간이 끝나자 “더 말씀해달라”고 말하고, 책자에 메모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의 이런 열정보다 더 화제에 오른 건 이 작가의 발언 한 마디였다.

이지성 작가가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이지성 작가가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정당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이지성 “젊고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로 바뀌지 않겠나”

강연이 끝난 뒤 권성동 원내대표는 손을 들고 이 작가가 부인인 당구선수 출신 차유람씨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권유한 이유를 물었다. 차씨는 지난 5월 입당해 6·1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문화체육특보로 활동했다.

이 작가는 “‘당신(차씨)이 들어가면(입당하면) 국민의힘이 젊음의 이미지와,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로 바뀌지 않겠냐. 내가 보기엔 배현진씨, 나경원씨도 있고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거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날 거 같다. 그래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차씨에게) 말해서 들어가게 됐다”고 답했다.

발언 직후만 해도 의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웃거나 박수를 치는 의원까지 있었다. 강연장 밖에서 만난 한 여성 의원도 “당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농담 아니겠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별 문제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작가 발언에서 거론된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요. 대체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이라고 썼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 작가 발언의 문제를 “‘아름다운’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한 것과 여성을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만 재단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파장이 커지자 주 비대위원장은 “저는 (이 작가가) 우리 당의 부족한 이미지를 좀 보충해주라는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앞뒤를 자세히 보니까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은 이번엔 과거 연찬회와 달리 연수원 내 술 반입도 금지하는 등 구설을 경계했다. 그런데도 또 논란이 생기자 “매번 조용한 연찬회가 없다”는 한탄도 나왔다.

이 작가는 페이스북에 “농담으로 한 말”, “아무튼 나는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고 살 것”이라고 글을 올리며 반박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한 후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차유람씨도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님, 나경원 의원님, 배현진 의원님께 사과드린다. 불쾌하셨을 국민 여러분께도 거듭 송구스럽다”고 했다.

윤희숙 “우리 당, 매우 사적 태도”

이날 이 작가의 강연에 이어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의 ‘연금개혁 쟁점과 방향’, 윤희숙 전 의원의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제’ 특강도 열렸다. 윤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목표가 없나. 하루하루 서로 싸우는 집단은 목표가 없는 집단”이라며 당내 갈등 상황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천안=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8.25/뉴스1

(천안=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윤희숙 전 의원이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2.8.25/뉴스1

그는 “개인에게 불법 의혹이 터졌을 때 보통 국민이라면 자리를 지키면서 소송을 불사하고 의혹을 벗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공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공동체의 명예가 중요하니 내 자리를 내놓고 내 명예는 알아서 회복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선공후사, 선당후사 이런 게 별 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도 했는데, 이 전 대표는 앞서 선당후사를 “근본 없는 용어”라고 한 적이 있다.

윤 전 의원은 “(공적인 자세와) 반대 상황에선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으면 이때다 (하고) 복마전에 들어간다. 내 힘을 키워야지(라고 생각한다.) 민간회사에서 많이 보이는 행태”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밀어내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일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찬회를 향한 가장 큰 관심사는 전당대회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였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각 상임위별로 분임토의를 했지만, 이 자리에선 주로 정기국회 입법 전략이 논의됐다고 한다. 주 위원장은 연찬회 두번째 날인 26일 오전 자유토론 시간에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결론이 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 전당대회 시기 결정은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에게 맡겨져 있다. 여러 의견을 듣고 비대위에서 결정하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전당대회에 관한 입장을 표명했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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