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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김건희 특검법'에 화답한 김진욱…공수처 수사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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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연합뉴스

2022년 8월 1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연합뉴스

김건희 등을 포함한 특검법도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했는데, 공수처가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해 수사할 수 있죠?
예, 있습니다.
(사적 채용) 고발도 돼 있죠?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사할 생각이 계십니까?
예, 저희가 검토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말씀 못 드리지만, 저희가 법과 원칙에 입각해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이 답한 내용이다. 고발장이 접수돼 통상 절차에 따라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김 처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변에 김 여사와 대통령 처가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해왔다.

민주당 특검 추진에, 공수처가 김건희 수사 나서나

이에 김진욱 처장이 국회 법사위 답변에 따라 김 여사 및 대통령 처가 의혹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할 지 주목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과 함께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허위 경력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김 여사를 정조준한 상황이어서다. 민주당의 특검법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지인 동반 해외순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 경력 ▶코바나콘텐츠 뇌물성 후원 등을 수사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김 처장은 24일 국회 발언 전부터 수차례 주변에 김 여사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여사 수사를 본격화한다면 차정현(44·사법연수원 36기) 공수처 검사가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 검사는 초대 특별감찰관실 근무 경력이 있다. 그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특별감찰과장을 지냈다. 2016년 8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다 백방준 특별감찰관보와 함께 쫓겨나듯이 사퇴한 뒤로는 차 검사가 특별감찰관 직무대행 역할까지 수행했다. 차 검사는 지난해 10월 공수처에 합류해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 소속 평검사로 일해오다 이달 5일부터는 수사3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김 여사 등의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의혹 고발사건을 배당 받은 공수처 수사1부(부장검사 직무대리 이대환)도 본격적인 수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달 21일 김 여사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고, 공수처는 같은 달 26일 수사1부에 배당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부터 여운국 공수처 차장검사를 주임 검사로 야당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겨냥한 ‘고발사주’ 의혹에 거의 모든 수사인력을 투입해 매달렸다. 그러곤 윤 정부 출범 엿새 전인 지난 5월 4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전부 무혐의 처분하고 피고발인 중 손준성 검사만 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 출범 첫 해 대표 사건으로 선택한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출범 2년차엔 김건희 여사 수사에 사활을 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2년 7월 28일 김건희 여사. 뉴스1

2022년 7월 28일 김건희 여사. 뉴스1

尹겨냥 ‘고발 사주’ 실패하자…올해 ‘산 권력’ 김건희 수사? 

김 처장이 지난해 “자신을 임명해준 산 권력(문재인 정권)과 야합해 야당 대선 후보를 표적 수사한다”라는 비판에 시달린 만큼 올해 ‘산 권력(김건희)’ 수사로 명예회복을 노리겠단 각오란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정부 부처가 공통으로 쓰는 태극 무늬 CI(Corporate Identity)를 대체할 새 CI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당시 김 처장은 직접 기자들 앞에서 새 CI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공수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여사 고발 사건 수사와 관련 “고발장이 들어온 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것으로 판단해 수사 부서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만 고발된 게 아니라 윤 대통령 등 여러 명이 함께 고발된 탓에 검토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을 중심으로 법조계 일각에선 싸늘한 시선도 여전하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는 출범 이래 일관성 있게 자신들의 존립을 보장해주려고 하는 민주당 쪽 편을 들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한정된 인력으로 새로운 수사를 벌일 게 아니라 기존의 장기미제화하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등 사건부터 마무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아직은 수사보다 내실을 다질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까지 공수처에선 수사 방향 등을 둘러싼 내분설이 끊이지 않았고, 검사와 수사관이 잇따라 옷을 벗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수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18일 현재까지 검사 2명과 수사관 6명이 사직했다. 이 밖에 공수처 내 ‘넘버3’인 최석규 부장검사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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