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심층취재 | 미국인 358만 명이 우영우 떼창?…도 넘은 '국뽕 콘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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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월 수천만원 수익… 정부·지자체까지 영향 끼쳐

젊은이들이 돈 벌려고 민족주의 콘텐트 상업화, 유튜브 알고리즘에 기생해 확산

미국 워싱턴DC에 358만 명이 모여 ‘우영우’를 외쳤다는 유튜브 영상. 그러나 해당 자료 영상은 워싱턴DC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도 관련이 없다. /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 워싱턴DC에 358만 명이 모여 ‘우영우’를 외쳤다는 유튜브 영상. 그러나 해당 자료 영상은 워싱턴DC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도 관련이 없다. / 사진:유튜브 캡처

역사물 관심 많은 50대 이상이 주 시청층… 맹목적 애국주의, 쇼비니즘 경계해야
"[특종속보] 아베 전 총리 총격 테러에 일본 정부 오열하며 한국의 이국종 교수만이 살릴 수 있다고 간곡하게 파견 요청”, “[속보] 영국 여왕 은퇴 결정… 여생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결정”, “[긴급 속보] 미국 최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법안 통과! 눈물 터뜨린 바이든 대통령, 대규모 한국어 떼창”.

최근 한 달 사이에 유튜브에 쏟아진 영상들의 자극적인 제목이다. 유튜브 채널 [충무공 장군 TV]는 7월 8일 아베 전 일본 총리가 피습당하자, 일본 정부가 이국종 교수 파견을 요청했다는 제목을 단 영상을 재빠르게 내보냈다. 유튜버는 몇 시간 안에 영상을 삭제했지만 1시간 동안 수만 명이 해당 영상을 시청했다. 다른 유튜브 채널 [뉴스팩트럼]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은퇴 이후 안동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유포했다. 이는 근거 없는 날조다. 이 영상 역시 약 60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7월 31일 유튜브 채널 [뉴스톡]은 “미국 워싱턴DC에 358만 시위대가 모여 ‘우영우’를 연달아 외쳤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영우인사법’을 선보였다”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구독자 19만 명이 넘는 이 채널은 노골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지만, 거의 아무런 제재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 유튜브에 나오는 내용처럼 한국의 ‘우수성’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행태를 흔히 ‘국뽕’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뽕 요소’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유포하는 이들을 ‘국뽕 유튜버’라고 부른다. ‘국뽕’은 국수주의 또는 쇼비니즘(chauvinism, 맹목적·광신적·배타적 애국주의)을 속되게 표현한 것인데, 국가와 히로뽕(philopon, 필로폰)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다. BTS, 손흥민 등의 뉴스로 애국심이 고취되는 순간 “국뽕에 취한다”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뽕유튜버들은 ‘위대한 한국’ 또는 ‘우수한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을 제작한다고 주장한다. 국뽕 유튜브 영상을 연구한 장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를 ‘자긍심 민족주의’라고 표현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이나 한국을 칭송하는 모습이 이들이 제작하는 영상의 단골 소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K방역’ 등 한국의 시민성을 소재로 한 영상이 급증했다.

재테크 ‘시드머니’ 벌려고 유튜브 개설

국뽕 유튜버들은 ‘한국의 우수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높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이들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려준다. / 사진:유튜브 캡처

국뽕 유튜버들은 ‘한국의 우수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높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는 이들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려준다. /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국뽕 유튜버들이 대대적으로 다뤘던 소식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의 방한이었다. “한국의 선진적인 모습에 놀랐다”, “토트넘 선수가 한국 국적을 원하게 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과장되거나 조작된 뉴스였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에는 충분했고, 해당 영상들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장 연구원은 “한국 사람들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국뽕 유튜브와 같이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콘텐트가 상업적으로 잘 팔린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국뽕 유튜브 영상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취재결과 대부분의 국뽕 유튜버들은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기 위해 음성을 직접 녹음하지 않고 TTS(text to speech,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계음을 덧씌우는 경우도 많았다. 기자가 7월 18일~8월 8일까지 국뽕 유튜브 채널 52개를 확인한 결과 절반 가까운 25개 채널만 연락처를 공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락처를 공개한 유튜버들도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 중 취재에 응한 유튜버는 7명이었다. 국뽕 유튜버 7명은 “구독자와 시청자 절대 다수가 50대 이상 남성”이라고 전했다. 평균 조회 수가 1000여 회에 달한다고 밝힌 한 유튜버는 7월 한 달간 자신의 채널에 방문한 시청자는 모두 55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기경량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현실의 나에 대한 불만이 강대국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망, 더 나아가 쇼비니즘으로 이어진다”며 “젊은 세대보다 민족주의 교육을 많이 받은 50대가 이런 심리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국뽕 영상 소비는 이처럼 50대 이상 남성이 주도하지만, 이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의 나이는 매우 다양했다. 약 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A씨의 나이는 20대 중반이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까지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A씨는 유튜브에 관심을 돌렸다. A씨는 “국뽕 유튜버들의 수익이 월 수천만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취업을 미루고 유튜브 채널만 운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 최대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A씨는 “매달 1000만 원을 버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 특성상 정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지금 벌어들이는 수익은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시 20대 후반인 유튜버 B씨는 주식, 암호화폐 투자금을 위해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B씨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B씨가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는 약 1000명. B씨는 “대형 유튜버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긴 힘들지만,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seed money)’가 필요해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만약 많은 구독자를 확보해 성공하게 되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24살인 C씨도 “돈을 벌기 위해 국뽕 유튜브에 도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C씨는 “영상 수준이 높을 필요가 없는 데다, 투자 대비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이를 두고 “민족주의 콘텐트의 상업화와 청년들의 경제적 위기가 맞물리면서, 국뽕 유튜브를 운영하는 20대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잘못된 사료와 가짜 역사서로 사회에 나쁜 영향력

유튜버 E씨가 주장하는 한강의 실제 위치. 그는 중국 대륙이 1000년 전 우리 민족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E씨가 주장하는 한강의 실제 위치. 그는 중국 대륙이 1000년 전 우리 민족의 영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버 D씨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나름 ‘기획’을 하는 사례다. 그는 한국의 시사·문화·스포츠 관련 성과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을 콘텐트로 제작한다. 가령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칸 영화제 등에서 수상자 명단에 오르거나, 손흥민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면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을 영상으로 만드는 식이다. D씨는 8~10분가량의 영상을 매주 2~3개씩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영상 편집자, 프리랜서 보조작가와 함께 3명이 작업하고 있고, 매달 2000만~2500만원을 손에 쥔다. 2020년 1월 유튜브를 시작한 지 2년 반 만에 이룬 성과라고 했다. D씨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는 주로 40대 이상 남성이다. 시청자 대부분이 중장년 남성이다 보니 광고 단가도 올라간다. D씨는 “다른 채널에 비해 타깃 시청자가 제한돼 있다 보니 광고 단가가 높다”며 “면도기, 자동차용품 등 중년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물품 광고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수익을 창출하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3만여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E씨는 주로 한국사를 주제로 영상을 만든다. 자영업에 종사하는데, 일을 마치고 짬을 내 영상을 만든다고 했다. E씨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진 않았다. 30년 전에 우연히 역사물을 접하게 됐고, 거기에 재미를 붙여 지금까지 꾸준히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E씨는 정부가 만든 교과서는 물론 주류 역사학계가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E씨는 “처음에는 블로그를 통해 목소리를 내다가 유튜브 시청자가 늘어난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역사를 알리기 위해 유튜브 영상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E씨 채널의 주된 시청자도 50세 이상 남성이다. 그는 “젊은 세대보다 중년 남성이 역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주로 시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씨는 “내가 보기에 주류 역사학계인 강단 사학은 일제의 식민사관과 중국 공산당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며 “주류 역사학자들은 실제 있었던 한국사를 축소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를 통해 알려진 역사는 거짓이며, 실제 한국인의 조상은 1000년 전부터 중국 대륙에 살고 있었고, 백제도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남부(광시좡족자치구)까지 진출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E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서적은 기존 학계에서 ‘위서(僞書)’로 규정한 책들이다.

이러한 쇼비니즘적 역사 콘텐트는 E씨만의 독창적인 주장은 아니다.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뉴스팩트럼]은 고조선의 유적·유물이 호주·로마·영국 등에서 발견됐고, 심지어 인도양에서 한국의 해저 문명이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위 영상은 최대 90만 명 이상이 시청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뽕 유튜브 영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젊은 역사학자모임’은 쇼비니즘적 역사관을 가진 이들을 ‘사이비 역사학’, ‘역사 파시즘’이라고 규정한다. 젊은역사학자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기경량 교수는“(국뽕 유튜버들이) 잘못된 사료와 가짜 역사서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들 국뽕 유튜버들을 비롯한 쇼비니스트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국뽕 유튜브 시청자들은 영상 내용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까? 50대 김모씨는 “세상 돌아가는 일들이 궁금해서 이런 영상을 볼 뿐”이라며 영상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한 팩트체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널(국뽕 유튜브)을 구독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추천 영상으로 꾸준히 노출되기 때문에 관심이 생기는 주제의 영상이면 시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뽕 콘텐트 방치하는 알고리즘 정책 개선 필요

이처럼 국뽕 유튜브 영상 시청자들은 유튜브 알고리즘 시스템을 통해 유사한 영상에 계속해서 노출되기 때문에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국뽕 유튜브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자 역시 취재를 위해 국뽕 유튜브를 시청했는데, 한 달 가까이 비슷한 섬네일의 영상과 ‘Shorts(1분 이내 영상)’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국뽕 유튜브의 또 다른 문제는 자문화 중심주의를 기반으로 타 국가와 집단을 악마화하고 배제한다는 점이다. 실제 한 국뽕 유튜버가 “한국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자 일본과 중국이 질투했다”,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무시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한국을 칭찬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하자 시청자들은 “이들과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특히 교육계에서는 국뽕 유튜브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중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김모(29)씨는 “국뽕 유튜브가 학생들에게 노출돼 잘못된 인식을 심을까 걱정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남모(24)씨도 “부모님이 잘못된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리셋하고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국뽕 유튜브가) 세대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유튜브 운영사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류웅재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배타적 민족주의나 국가적 자부심만을 강조한다면 차이와 다양성이 중시돼야 할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류 교수는 “국뽕 콘텐트는 가짜뉴스처럼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쉬워 타인의 다양한 의견을 부정하는 경향으로 연결될 위험성이 있다”며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정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숙의와 대안 모색, 관련 정책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전문연구원도 “국뽕 콘텐트가 양산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며 “미국과 달리 유튜브 코리아는 혐오를 조장하거나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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