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공적 인물을 비판한 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모욕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송일준 전 광주 MBC 사장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비판한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서다.
대법원 1부는 송 전 사장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고 전 이사장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구체적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란 이유로 지난 2월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송 전 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을 지내던 지난 2017년 7월, 고 전 이사장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됐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글을 썼다. 게시글에는 “고영주.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역시 극우 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후 모욕죄로 기소된 송 전 사장에 대해 1심과 2심은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과 같은 표현이 비속어는 아닐지라도, 당사자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인신공격적인 표현이라고 본 것이다. 형법상 모욕은 '사실 적시 없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인데, 재판부는 송 전 이사장의 게시글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항소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어떤 사실관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이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이 글이 게시된 경위부터 살폈다. 당시 송 전 사장은 PD연합회장으로서 MBC 경영진과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고, 고 전 이사장에 대해서도 "MBC 경영진을 비호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 전 이사장이 과거 사학분쟁조정위원으로 있으면서 고발당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송 전 사장이 "고 전 이사장은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송 전 사장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표현이 사용된 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판단할 때는 피해자와의 관계, 지위,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치적 영역에 비해 정치적 영역의 표현의 자유는 보다 더 강조된다"라고도 했다.
이처럼 대법원은 모욕적 표현이 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유죄로 판단하지 않아 왔다. 앞서 한 부사관 교육생이 목욕탕 청소 지적을 한 지도관에 대해 동기들 단체채팅방에 '도라이'라고 표현해 상관모욕죄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