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싼 전기차 대신 '이걸'로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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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시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한 전동오토바이. 바퀴 두 개에 전기 배터리를 탑재한 이 이동 수단은 중국 대중 사이에서는 ‘필수품’으로 꼽힌다. 넓은 대륙에서 도보 이동은 체력을 갉아먹는 데다 차량을 이용할 시 발생하는 심각한 주차난과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즈옌컨설팅(智研咨询)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전동오토바이 보유량은 누적 3억 4000만 대, 2021년 중국 전동오토바이 누적 판매량은 4100만 대로 나타났다. 관련 시장 호황 속, 중국 전동오토바이 제조업체 아이마커지(愛瑪科技)는 835만 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2021년 전체 전동오토바이 판매량의 20% 이상을 차지, 업계 선두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이 덕분에 아이마커지 창업가 집안도 덩달아 호재를 맞았다.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장젠(張劍) 아이마커지 회장과 그의 딸 장거거(張格格)은 135억 위안(2조 6068억 5000만 원) 자산을 보유, 허난(河南)성 상추(商丘)시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다.

아이마커지의 호실적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3일 아이마커지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증권가도 즐거움의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아이마커지의 주가는 아이마커지가 실적 발표를 한 다음 날인 7월 14일부터 상한가를 기록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7월 20일 장중 최고 65.08위안(1만 2622원)을 기록했다.

90년대 창업 전선에 뛰어든 아이마커지 창업자

1990년, 장젠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상추시에 성톈위(盛天餘)란 자전거 소매점을 차렸다. 장젠이 이륜차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당시는 자전거 장사가 큰 인기를 얻던 때라 장젠의 사업도 번창할 수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수년 만에 그는 소매에서 도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했다. 1999년 말 기준 성톈위는 중국 전역에 판매망을 둔 최고의 자전거 도매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직전, 장젠은 상추를 떠나 톈진(天津)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톈진시는 중국 전역에서 ‘가장 큰 자전거 생산기지’라 불리며 완벽한 산업체인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톈진에서 바로 지금의 아이마커지 전신에 해당하는 타이메이(泰美)를 설립했다.

장젠의 선택은 이번에도 시장에서 먹혔다. 타이메이는 자전거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통해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 2004년 중국 당국이 오토바이 통행금지 시행 지역을 점차 넓혀가자, 전동자전거 및 전동오토바이에서 사업성을 감지한 장젠은 2년간의 연구를 거쳐 전동오토바이 브랜드를 창립했다.

[사진 아이마커지 공식홈페이지]

[사진 아이마커지 공식홈페이지]

무명 브랜드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마케팅 방법은?

다만 전동오토바이 분야에서 돈 냄새를 맡은 사람은 장젠뿐 만이 아니었다. 관련 시장을 육성하던 때라 사업성을 엿본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탄생했다. 점점 더 몸집을 불려 가는 전동오토바이 시장에서 승기를 쥐기 위해 장젠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우선 2009년 사명을 톈진아이마커지로 바꾼다.

그리고 중국 음악계 왕으로 불리던 저우제룬(周杰伦)과 3000만 위안(58억1850만 원)에 계약해 아이마커지의 ‘얼굴’로 내세웠다. 저우제룬과의 계약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마커지의 순이익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계약 비용에 내부에서 반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막강한 스타 마케팅 효과로 아직 무명에 지나지 않았던 아이마커지는 빠르게 인기 가도에 오를 수 있었다.

[사진 爱玛电动车 공식웨이보 계정]

[사진 爱玛电动车 공식웨이보 계정]

당시 아이마커지의 사장이었던 위린(餘林)은 “우리 브랜드의 마케팅 예산은 5억 위안에 달한다”며 “3000만 위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저우제룬을 모델로 영입한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20억 위안(3879억 원)에 달했다”고 자부했다.

이때부터 성장 부스터를 단 아이마커지는 2010년 22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 당시 업계 1위를 달리던 신르(新日)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했다.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아이마커지는 판빙빙(範冰冰), 우진옌(吳謹言)과 같은 중국 톱스타는 물론 엑소(EXO), 김수현 등 한류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진 아이마커지 공식홈페이지]

[사진 아이마커지 공식홈페이지]

인기스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산업 폭발 시기와 맞물려 아이마커지를 업계 톱 자리에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5년간 중국의 전동 이륜차 생산량은 29만 대에서 3695만 대로 급증했으며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은 34.21%에 달했다.

아이마커지는 ‘스타 모델’에 ‘타깃 마케팅 효과’로 입소문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저가형 제품 포지셔닝을 통해 상대적으로 비싼 야디(雅迪), 신르, 타이링(臺鈴)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전동오토바이 ‘최강자’로 성장, 2016년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장젠이 상추시에서 가장 부유한 자산가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업계 톱에서 2인자로…아이마커지, 왕좌 되찾을 수 있을까

2017년부터 아이마커지는 야디에 밀리기 시작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야디의 전동오토바이 판매량은 1386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했다. 이는 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한 것이며, 야디의 브랜드 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반면, 아이마커지의 판매량은 835만 대로 야디와 551만 대 격차가 났다.

[사진 今日头条]

[사진 今日头条]

수익 면에서도 밀렸다. 2021년 야디의 매출액은 269억 8700만 위안(5조2341억2865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27% 증가했다. 이는 아이마커지보다 약 116억 위안(2조2498억2000만 원) 많은 수준이다.

매장 수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2021년 말 기준, 야디의 매장 수는 3만 개를 넘었으나, 아이마커지는 2만여 개로 나타났다.

시총(시가총액)에서도 밀렸다. 지난 7월 20일 기준, 야디의 시총은 550억 9000만 홍콩달러(9조 1939억 7010만 원)를 기록, 아이마커지의 시총은 361억 위안(7조 15억 9500만 원)에 머물렀다.

실적과 시총 차이는 창립자의 자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부호 순위에서 야디 창업자인 둥징구이(董經貴)와 첸징훙(錢靜紅) 부부의 자산은 235억 위안(4조 5578억 25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장젠과 그의 딸 장거거의 자산은 135억 위안으로 둥징구이 부부 자산보다 100억 위안(1조 9395억 원) 적다.

장젠 아이마커지 창립자 [사진 봉황망]

장젠 아이마커지 창립자 [사진 봉황망]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

아이마커지가 업계 1위에서 2위로 떨어진 7년간의 세월 동안 중국 전동오토바이 시장도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 통계정보 서비스 플랫폼 루이관왕(銳觀網)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동 이륜차 시장 규모는 1046억 위안(20조 3112억 2800만 원)에 달했다.

아이마커지는 업계 1위 자리를 쟁탈하기 위해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1년 충칭퉁량(重庆铜梁)하이테크산업개발구 관리위원회와 협력 관계를 구축, 이곳에 아이마서남(西南)제조기지를 구축하기로 협의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20억 위안(3880억 2000만 원) 미만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리수이(麗水) 칭톈(青田)에 제조공장을 신축하고, 고급 생산설비와 자동화 생산라인을 도입하는 등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 이미 최강자 자리를 공고히 다져놓은 야디를 제치고 판을 엎을 수 있을지, 아이마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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