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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심심한 사과 논란에 "조롱할 일 아냐…나 꼰대 맞나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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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 연합뉴스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 연합뉴스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두고 불거진 문해력 논란에 대해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은 “(표현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조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오상진은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뒤늦게 올려보는 문해력 논란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상진은 “‘심심한’ 사과의 말이 며칠 전 트렌드를 뜨겁게 달궜다”라며 “기본적으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빠른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의 속도는 빠른 반면, 문해력 순위는 계속 밀려나고 있다. OECD내 순위는 상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언어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한 단어가 가진 의미는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라며 “용비어천가에서 ‘어린 백성’은 나이 어린 아이들이 아닌 한자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고, 표준어가 된 물방개는 사투리였으며, 내가 처음 방송할 때는 짜장면은 자장면으로 써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는 참 어렵다. 며칠과 몇 일, 에요 예요, 뵈어요 봬요, 사이시옷, 띄어쓰기, 그리고 수많은 한자의 동음이의어들까지. 모든 사람이 이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걸 가지고 싸울 이유가 없다. 찾아보라고 사전이 있는 것이며, 요즘은 인터넷에 모든 사전이 다 올라와 있다”고 했다.

오상진은 “문제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오만이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며 “고객을 상대하는 업체가 사과를 하면서 조롱할 이유는 없다. ‘심심한’이란 말이 거슬릴 수도 있었겠지만, 순간의 화를 누르고 사전을 한번 찾아봤다면 이런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조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이클 샌델은 학식을 갖춘 이들의 거드름과 무시가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켰다고 분석했다”며 “한 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능도 짤로 보고 드라마도 배속을 높여 보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세상의 흐름에 맞는 소통법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쓰는 나 자신이 너무 싫기는 하다. 나 꼰대 맞나봐 우울하다”라고 덧붙였다.

문해력 저하 논란의 발단이 된 서울의 한 카페 측의 사과 글. 사진 트위터 캡처

문해력 저하 논란의 발단이 된 서울의 한 카페 측의 사과 글. 사진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사과문에서 사용한 ‘심심하다’라는 표현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뜻을 잘못 이해하면서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이날 카페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적었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분노하며 “심심한 사과,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이라니”,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심심한 사과’ 뜻을 오해한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카페 사과문에 남긴 댓글. 사진 트위터 캡처

‘심심한 사과’ 뜻을 오해한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카페 사과문에 남긴 댓글. 사진 트위터 캡처

카페 측이 사과문에 사용한 ‘심심(甚深)’이라는 단어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의미인데,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동음이의어로 오해한 것이다.

이후 ‘심심한 사과’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면서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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