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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요즘 핫한 전통주, 추석에 환영받을 우리술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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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명절 선물로 전통주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명절 선물로 전통주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추석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일 예정이라 함께 마실 수 있는 전통주를 고민 중이에요. 우리 가족 모임은 종일 술을 마시거나 강권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지난 설날엔 독특한 풍미를 지닌 이탈리아 와인 한 병을 챙겨갔더니 어른들도 은근히 한 잔씩 즐기시더라고요! 이번엔 또 어떤 술을 가져가 볼까, 고민하고 있답니다. 음식은 간결하게, 술자리는 가볍게 이어지는 요즘 명절 풍경에 어울릴 멋스러운 전통주를 추천해주세요”

요즘 전통주가 참 핫하죠. 다양한 전통주가 많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통주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막상 사려고 하면 고민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어떤 술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라거나 “어떤 술이 맛있는 건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더군요. 전통주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지만, 제품 판매 페이지에는 대부분 생산자와 원재료 그리고 맛에 관한 간단한 내용만 명기하고 있어서, 어떤 기준으로 술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죠.

이 같은 고민을 덜기 위해 대동여주도에서는 ‘한국술 테이스팅 리포트’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통주 전문가들과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가 직접 발굴하고 엄선한 술을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관능 평가와 점수를 매주 발행하고 있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아주 내공 있는 양조 전문가들의 전통주 2종을 준비해봤습니다. 명절 가족 모임에 어떤 전통주를 고를지 고민 중이라는 독자의 요청에 딱 부합할 그런 전통주입니다. 우리 전통주에 관해 맛 경험이 꽤 있는, 또는 술의 가치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술입니다.

① 술빚기의 고수 ‘내올담’ 안담윤 대표의 ‘담 시리즈’  
전통주 업계에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고수가 많은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내올담’의 안담윤 대표입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삼해약주 보유자인 권희자 선생에게 사사했으며, 각종 술 빚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른바 술빚기의 고수입니다. 농식품부 장관상, 식약처장상, 서울시장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죠. 특히 그는 고조리서에 나온 술을 직접 빚어보며 연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쌀의 전처리 과정과 물과 누룩 등의 함량을 달리한 64종의 술로 박사 학위를 받았죠. 여담이지만 이때 저도 술 평가에 참여했는데, 64종의 술을 하나씩 맛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담 골드(사진 왼쪽), 약주, 도수 12%, 용량 500mL, 4만 원대. 담 진주, 탁주, 도수 9%, 용량 500mL, 3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담 골드(사진 왼쪽), 약주, 도수 12%, 용량 500mL, 4만 원대. 담 진주, 탁주, 도수 9%, 용량 500mL, 3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이 64종의 술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총 3종의 술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습니다. 탁주인 ‘담 진주’, 약주인 ‘담 골드’, 소주인 ‘담 다이아몬드’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석을 컨셉으로 했죠. ‘담 진주’는 ‘백하주’ 제법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빛깔이 흰 아지랑이 같다고 해서 ‘백하주’라고 하죠. 멥쌀과 찹쌀을 사용해 삼양주(3번 나눠 발효한 술)로 빚었으며, 5주간의 발효와 4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진주처럼 깨끗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지녔습니다.

‘담 골드’는 황금주 제법으로 만듭니다. 역시 술이 황금처럼 맑은 노란색을 띠어서 황금주입니다. 순 멥쌀 범벅과 고두밥으로 전처리하고, 5주간의 발효, 10주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합니다. 드라이하면서 깔끔하고 산뜻한 산미가 특징이죠. ‘담 다이아몬드’는 ‘푸른 빛이 감돌며 향이 좋은 술’이라는 뜻을 가진 벽향주를 발효해 상압증류(대기의 압력과 동일한 상태에서 증류)했습니다. 그리고 항아리에서 1년 이상 숙성합니다. 곡류의 향, 그리고 아카시아꽃 향, 잘 익은 과일 향이 느껴지며, 마셨을 때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소주입니다.

무엇보다 ‘내올담’의 술은 달지 않은 게 매력입니다. 안담윤 대표가 추구하는 술이 ‘달지 않아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맛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단맛이 적어 마시고 난 뒤에 잡맛이 남지 않죠. 단맛을 좋아한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음식과 함께 먹는다면 한 병을 금세 비울 정도로 마성의 매력을 갖춘 술입니다. 다만, 3가지 술 모두 생산량이 적습니다. 명절 선물로 구매를 원하신다면, 양조장에 서둘러 문의할 것을 권해봅니다.

푸드페어링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처럼, ‘담 진주’는 마실수록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깔끔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으로 옥돔이나 민어 같은 담백한 생선구이, 또는 육전과 잘 어울립니다. 명절 밥상에 올라오는 각종 나물과 같이 먹어도 좋습니다. ‘담 골드’는 깔끔하고 단맛이 적어 신선한 생선회부터 육회, 전골 요리 등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립니다. ‘담 다이아몬드’는 한우 등심구이나 사태찜 같은 요리를 추천합니다.

② 누룩 명인의 수제 누룩으로 빚은 술, 한영석 명인의 ‘청명주’
술을 만드는 재료로 보통 쌀, 물, 누룩을 꼽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모두 중요하지만, 술이 발효하려면 무엇보다 누룩의 역할이 큽니다. 어떤 누룩을 쓰느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고, 품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자가 누룩을 만드는 양조장에서는 누룩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통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는 양조장은 많지 않습니다. ‘송학곡자’와 같은 몇 남지 않은 누룩 공장에서 생산하는 누룩을 쓰는 곳도 있지만, 일본식 발효제인 입국을 쓰는 곳들이 많죠.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누룩 명인’으로 불리는 한영석 대표의 존재는 반갑기만 합니다.

이분의 첫 번째 술 ‘청명주’가 처음 출시됐을 때 SNS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맛있다”는 극찬과 함께 순식간에 3000병이 팔렸으니까요. 결국, 청명주를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다음 배치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척수염을 앓으면서 발효 식품에 관심을 가진 한영석 대표는 식초 만들기, 술빚기, 누룩 제조 등을 두루 익히고 2020년 7월 누룩 명인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올 초 첫 번째 술인 ‘청명주’를 선보였습니다.

청명주. 약주, 도수 13.8%, 용량 375mL, 2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청명주. 약주, 도수 13.8%, 용량 375mL, 2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청명주’는 1600년대 말~1700년대 초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고조리서 『주방문(酒方文)』에 제조법이 소개된 술입니다.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일’에 담가 마신 술이죠. 100% 찹쌀을 쓰며, 60일간 직접 띄운 누룩을 써서 90일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완성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2차 배치(두 번째 누룩으로 빚어낸 술)에는 찹쌀과 녹두를 8:2로 한 ‘향미주국’ 누룩을 썼는데, 입안 가득 잘 숙성한 약주의 감칠맛과 농축미가 가득 담겼습니다. 적당한 단맛과 산미가 있어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죠.

1차 배치(첫 번째 누룩으로 빚어낸 술)에서는 새콤달콤함이 포인트였다면 2차 배치에서는 농밀한 풍미와 숙성미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명절 음식이나 고기류와도 잘 어울려서 가족이 모이는 술자리에 제격이고, 과일이나 디저트와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언제 한 병을 비웠나? 싶을 정도로 음용감이 좋습니다. 누룩의 가치를 이어가는 술, 누룩 명인의 술이라는 다소 묵직한 사명감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으나, 청명주는 그 사명감에 걸맞은 술입니다. 또한 “나도 한영석 명인 술을 맛보았다”고 인증 포스팅을 날릴 만한 술이죠. ‘청명주’ 역시 배치 별로 한정 물량만을 출하합니다. 수량이 많지 않은 점을 꼭 참고해주세요.

푸드페어링 

약주인 ‘청명주’는 명절에 차례주로 올리고, 온 가족이 함께 음복하기에 좋습니다. 명절 음식 중에서는 전채요리, 잡채 등의 음식에서부터 생선찜이나 고기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립니다. 감칠맛이 상당히 좋아서 간장 양념으로 요리한 음식과도 페어링이 좋습니다. LA갈비나 갈비찜 같은 음식도 추천합니다.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에서는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술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고민이 채택되신 분께는 술 추천과 함께 기사에 소개된 전통주 중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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