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여기만 있다…여름·가을 사이 한정판 비경, 하얀 상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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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색의 위도상사화는 전북 부안 위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 꽃이다. 지난 19일 위도해수욕장 뒤편 언덕에 만발한 위도상사화의 모습. 올해 위도상사화는 28일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백색의 위도상사화는 전북 부안 위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 꽃이다. 지난 19일 위도해수욕장 뒤편 언덕에 만발한 위도상사화의 모습. 올해 위도상사화는 28일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부안에 속한 위도는 희귀한 섬이다. ‘위도상사화’가 있어서다. 꽃잎이 붉은 상사화는 동네 공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새하얀 위도상사화가 무리 지어 피는 비경은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 위도상사화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 바로 이맘때다. 늦여름의 한정판 비경을 만나러 위도로 갔다. 맛깔난 섬 밥상이 있어 꽃구경의 즐거움이 더 컸다.

세계 유일 위도상사화

위도해수욕장 주변으로 위도상사화가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19일 촬영한 위도상사화 군락지의 모습.

위도해수욕장 주변으로 위도상사화가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19일 촬영한 위도상사화 군락지의 모습.

부안 격포항에서 뱃길로 50분. 위도로 가는 길은 멀었지만, 위도상사화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해변 언덕과 길섶, 고추‧도라지 따위가 뿌리내린 텃밭에도 위도상사화가 하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도라지 캐던 어르신이 “이놈들이 생명력이 어마어마해서 한번 뿌리내리면 무더기로 올라온다”고 일러줬다. 흐트러짐 없이 꼿꼿이 선 위도상사화의 자태는 여느 꽃과 다른 매력이 풍겼다.

순백색 빛으로 만발한 위도상사화의 모습.

순백색 빛으로 만발한 위도상사화의 모습.

상사화(相思花)는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잎이 나는 시기와 꽃이 피는 시기가 전혀 다르다. 순백색 상사화는 귀하다.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품종이고, 유독 위도에서 자생하는 터라 ‘위도상사화’라 이름 붙었다. 8월 말에서 9월 초 잠시 만개하는데, 이때를 맞춰 전국 각지에서 야생화 동호인들이 위도로 몰려든다. 섬 유일의 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맘때다. 이름하여 ‘위도상사화 달빛축제(8월 27일 개최)’. 코로나 여파로 멈췄던 축제를 3년 만에 재개한다.

너른 모래사장을 품은 위도해수욕장, 섬 최남단의 전막리 노을 전망대 주변이 대표적인 위도상사화 군락이다. 직접 가보니 두 군락지 모두 매력적이었다. 해수욕장 뒤편 언덕은 들녘 전체가 위도상사화 터전이어서 바람이 일 때마다 하얀 물결이 일었다. 전막리 위도상사화 군락은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컸다. 최만(64) 문화관광해설사는 “큰 장마를 피해간 덕에 여느 때보다 꽃이 곱다”면서 “28일께 만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벌금리 해안의 대월 횡와 습곡. 후기 백악기 시대 생성된 초대형 습곡이다.

벌금리 해안의 대월 횡와 습곡. 후기 백악기 시대 생성된 초대형 습곡이다.

비경은 상사화만이 아니었다. 위도해수욕장 건너편 벌금리 해안에는 ‘ㄴ’자로 휘어진 기묘한 형상의 해안 절벽이 있었다. 높이 30m, 길이 100m에 이르는 초대형 습곡으로, 자연의 거대한 힘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섬 유일의 사찰 내원암에는 수령 300년을 헤아리는 배롱나무 한 그루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배롱나무꽃은 백일 가까이 핀다 하여 ‘백일홍’으로도 불리는데, 마침 붉은 꽃이 촘촘하게 달려 멋을 부리고 있었다.

내원암의 300년 묵은 배롱나무에도 붉은 백일홍이 촘촘히 꽃을 피웠다.

내원암의 300년 묵은 배롱나무에도 붉은 백일홍이 촘촘히 꽃을 피웠다.

조기는 사라졌어도

파장금항 뒷골목에 파시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기 파시가 흥하던 시절 수많은 어부와 장사꾼을 상대하는 술집과 여관이 이곳에 즐비했다.

파장금항 뒷골목에 파시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기 파시가 흥하던 시절 수많은 어부와 장사꾼을 상대하는 술집과 여관이 이곳에 즐비했다.

위도에 머무는 동안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항구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위도산 제철 해산물을 다루는 횟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느 식당이든 갖은 해산물과 젓갈이 기본 반찬으로 깔렸고, 밥을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

위도 앞바다는 유서 깊은 황금어장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60년대까지 서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기 파시가 섰던 곳이 위도다. 조기 파시 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고깃배와 장사꾼이 몰려들었단다. 파장금항 뒷골목에는 그 당시 흥청망청 먹고 마시던 술집과 여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30년 내력 청해횟집에서 맛본 게장과 갑오징어볶음. 손맛도 위도 미영금 해변을 코앞에 둔 전망도 빼어난 집이다.

30년 내력 청해횟집에서 맛본 게장과 갑오징어볶음. 손맛도 위도 미영금 해변을 코앞에 둔 전망도 빼어난 집이다.

조기 파시는 까마득한 추억이 됐지만, 황금어장의 명성은 지금도 유효하다. 감성돔부터 갑오징어‧우럭‧농어 등 온갖 갯것이 위도 앞바다를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계절마다 먹는 재미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위도 밥상의 주인공은 꽃게다. 8월 말부터 9월까지 제철을 맞는데, 갓 잡은 꽃게는 특별한 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깊은 맛이 우러나 탕이나 찜으로 먹기 좋다. 게장의 위력이야 말할 것도 없겠다.

이맘때 위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아나고톳탕’이다. 하루쯤 말린 붕장어에 톳을 곁들여 얼큰하게 끓인 음식이다. 최보영(41) 문화관광 해설사는 “위도 사람의 소울푸드”라고 말했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아예 입에 못 대는 사람도 있다”고 했지만, 도시인 입맛에도 의외로 잘 맞았다. 얼큰한 국물, 시큼한 듯 담백한 붕장어가 입에 착착 감겼다. 위도의 음식도 위도상사화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힘이 있었다.

깊은금 해변의 그래그집에서 맛본 아나고톳국. 위도의 소울푸드라 불리는 음식이다. 반건조 붕장어에 톳을 곁들여 얼큰하게 끓인 음식이다.

깊은금 해변의 그래그집에서 맛본 아나고톳국. 위도의 소울푸드라 불리는 음식이다. 반건조 붕장어에 톳을 곁들여 얼큰하게 끓인 음식이다.

여행정보

부안 격포항에서 하루 대여섯 번 카페리 여객선이 뜬다. 지난 3월부터 여객선 운임이 반값(어른 4500원)으로 떨어져 여행 부담이 확 줄었다. 섬을 일주하는 공영 버스가 한 대 있지만, 직접 차를 싣고 가는 편이 여러모로 여행하기 편하다. 해안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어, 차로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부안군에서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 관광 명소를 돌며 역사와 문화를 익힐 수 있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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