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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보수, '용산'은 중도 겨냥했다…여권 투트랙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상임고문들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상임고문들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월부터 연이은 하락세로 고전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소폭 반등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상승세 굳히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의힘이 안보와 전 정권 비판에 주력하며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대신, 대통령실에선 중도층 포섭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24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미 군 당국이 진행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현장을 찾았다. 관례적인 국립현충원 방문을 빼면 비대위 지도부의 첫 외부 일정이었다. UFS는 남북 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매년 2차례 열렸으나 2018년 북·미정상회담 후 북한과 유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연대급 이상 연합기동훈련이 중지되는 등 내용이 대폭 축소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다.

안보 이슈 전면 배치는 전통적 보수층 정서에 호소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듯 하다. 주 위원장은 이날 작전 수행 중인 장병들에게 “오늘 당장이라도 실전이 있다는 생각으로 훈련해 주시기 바란다”며 “국민의힘이 도울 일 있으면 돕겠다. 수년간 연합훈련이 중단됐기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대로 밝혀서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주 위원장이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훈련까지 북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지 이틀만의 현장 메시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원내 지도부 역시 전(前) 정부를 실책을 지적하거나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집토끼’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5년 만에 400조원 증가해 1000조원을 훌쩍 넘었다. 가히 오늘만 사는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며 “추천은 정치적 흥정의 대상 아니라 우리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민주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앞서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진상 규명 주장에 앞장서며 대야 북한 공세를 이어간 것의 연장선상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여당이 낮은 자세로 무한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원내 투쟁에 특화된 모습으로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는 메시지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에서는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로키(low-key)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당이 돌격 부대로 앞장서고, 대통령실은 뒤에서 차분히 협치 무드를 조성하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여권 관계자)는 기류가 대통령실 인근에서 감지된다.

지난 23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우리로서는 특별감찰관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 치는 게 더 재미있다. 하지만 김 여사를 잘 감시해서 정권발 게이트나 비리가 없게 하자는 취지”(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라고 공세한 당일에도 대통령실은 '수용 모드'를 이어간 모양새다.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의 경호 구역을 확장한 것 역시 야당 요구를 수용한 상징적 조치다. 앞서 “우리 집 앞에서도 시위한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윤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자 민주당은 즉각 “합당한 조치”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중진협의체 가동을 요구했을 때에도 곧바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이제 (정쟁의) 전면에 가급적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외롭게 앞장서는 건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런 여의도와 용산의 ‘투 트랙 전략’이 지지율 반등을 견인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당이 야당과의 전투를 담당하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이를 점잖은 태도로 이를 조율하는 건 전통적인 역할 분담”이라며 “이렇게 기본에만 충실해도 지지율은 차근차근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윤계 중진 의원 역시 “이준석 전 대표로 인한 내홍이 사실상 정리되며 당과 대통령실이 제 역할을 하면 자연스러운 지지율 복원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제2차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제2차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다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시작되는 다음 달 정기국회는 당·정 대야 협상 역량의 첫 본격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비윤계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협치 행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된 면도 있다”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당선되고, 대선 당시 이 의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 결과가 9월 중에 나오면 대선 당시의 갈등이 다시 폭발할 게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김진표 의장이 제안한 중진협의체 가동 문제만 해도 벌써부터 당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권한을 하나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정부의 책임만 나눠 지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리스크로 인한 내분이 정리된 지금, 민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천착한다면 오히려 여당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영남 중진 의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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