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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30년 협력 모색” “대변혁기 단결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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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左),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右)

윤석열 대통령(左),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右)

“한·중 관계가 그간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한층 발전해야 합니다.”(윤석열 대통령·왼쪽 얼굴)

“한·중이 서로의 핵심 이익을 배려했기에 눈부신 관계 발전을 이뤘습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얼굴)

한·중 수교 30주년인 24일 양국 정상은 지난 30년간의 관계 발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더욱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오후 7시(중국시간 오후 6시) 서울과 베이징(北京)에서 동시에 열린 기념행사에서 한·중 외교 수장은 양국 정상이 교환한 축하 서한을 각각 대독했다.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은 양국 정상의 축전 교환 소식을 저녁 메인뉴스 톱으로 보도했다. 수교일을 맞아 양국 정상이 공개적으로 축전을 교환하고 CC-TV가 이를 메인뉴스 톱으로 보도한 건 수교 20주년인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CC-TV는 “대세를 파악하고, 장애를 배제하며, 우호를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把握大勢 排除干擾 夯實友好  聚焦合作)”는 한·중 관계 16자 방침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축하 서한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기반해 미래 30년간의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기를 희망한다”며 “한·중 관계가 그간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한층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 언급한 윤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대면 협의 기대”

이어 “향후 30년의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대면해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방안을 담은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 환경, 기후변화 등 실질 협력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함께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요소수 사태 등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해선 안 된다는 경계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양국 간 공급망 안정적 관리해야”

같은 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열린 중국 행사에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왼쪽)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같은 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17호각에서 열린 중국 행사에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왼쪽)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 측 행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중 간 공급망은 원자재·중간재·자본재·완제품 등 다층적 복합 구조로 매우 촘촘히 연결돼 있다”며 “양국 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했다.

같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17호각에서 열린 중국 측 행사에는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댜오위타이 17호각은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때 이상옥 당시 외무부 장관과 첸치천(錢其琛)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수교 문서에 서명한 장소다.

왕 위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시 주석은 “수교 30년 동안 중·한 관계는 전방위적 발전을 이룩했고, 풍부한 결실을 맺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큰 혜택을 주고 역내와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어 “양국이 이런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건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며 성실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측이 개방과 포용을 견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며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수호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또 “대변혁과 세기적인 팬데믹이 교차하는 시기에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넘)하고 단합과 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이슈와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의 미국에 대한 밀착 행보가 자칫 중국이 중요시하는 이익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의 소다자 협의체에 한국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는 데 대한 경계심도 읽힌다. 시 주석이 이날 언급한 ‘핵심 이익’이 국가 주권과 안보, 영토 안정과 국가통일, 그리고 중국 정치제도·사회의 전반적인 안정과 경제·사회 지속 발전의 보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5세대 지도자들은 국제 관계에서 핵심 이익의 존중과 보호를 유난히 강조해 왔다.

베이징에선 댜오위타이 행사 외에 이날 오전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서울과 온라인으로 연결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비즈니스 포럼’도 열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화상 기념사에서 “서로 신용을 지키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며 “양측은 평등을 지키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사항을 배려함으로써 안전한 발전과 역내 평화를 추진하자”고 말했다.

비즈니스 포럼 등 다양한 행사 열려 

이날 서울-베이징 동시 기념식에 앞서 한·중 수교 30년의 평가와 향후 양국 간 협력 방향에 대한 제언을 담은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됐다. 과학·환경·교통 등 새 협력 모델 모색, 다층적 전략 소통 채널 구축,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 공고화, 민간 차원 소통 활성화 등이다. 양국 전문가 각각 22명이 참여한 미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해 미래계획·정치외교·경제통상·사회문화 등 분야별 정책 제언을 1년간 준비했다.

10년 전인 2012년 8월 수교 20주년 기념행사는 성대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김황식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각각 축전을 교환한 소식을 CC-TV가 메인뉴스 톱으로 보도했다. 그해 8월 31일 인민대회당 3층 금색대청에서 별도의 기념 리셉션을 개최하고, 당시 권력 서열 6위였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수교 25주년이던 2017년 기념식은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문제 삼으면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열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조차 정상 간 축전 교환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베이징 기념식엔 중국 고위급으론 완강(萬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주빈으로 참석하는 데 그쳤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서울 기념식에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 출장을 이유로 불참해 양국 외교 수장 모두 축하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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