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상자산 이용한 '환치기'…올 상반기에만 1조4633억 적발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가상자산을 이용한 외환 범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가 넘었다.

24일 관세청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4년간 가상자산 이용 범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을 이용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금액은 1조5231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전체 외국환거래법 위반 금액(2조352억원)의 74.8%에 달한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외환 범죄의 96%는 '환치기'였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가가 계좌를 만든 후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한 뒤 다른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환율에 따라 입금한 금액을 현지화폐로 인출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모 은행에 계좌(환치기 계좌)를 개설한 A씨가 해외로 송금을 원하는 B씨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는 조건으로 송금액을 받으면, A씨와 연결이 되어 있는 현지 환전상이 B씨가 송금하고자 한 액수를 현지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는 A씨가 B씨에게 송금액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이 이용된다.

국내 거래소에는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에서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환치기 업자는 매도 차익도 챙길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 적발 건수는 2건에 불과했지만 적발 금액은 1조463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적발 건수는 10건이고, 적발 금액은 8268억원이었다. 적발 건수는 5 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금액을 약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범죄가 대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가상자산을 도구로 사용해 은행을 통하지 않은 채 움직이고 수수료에 매매 차익(프리미엄)까지 얹어 두 번 돈을 챙기게 되다 보니 규모가 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치기 외 가상자산 구매 자금을 관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했다가 적발된 규모도 올해 상반기에만 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통계에는 관세청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만 포함됐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 사례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 의원은 "아직 디지털자산 관련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는데 범죄 규모는 대형화되고 있어 금융·수사 당국의 면밀한 감독이 요구된다"며 "범죄에 연루된 거래소를 제재하거나 범죄 방지를 위한 거래소 차원의 자율 방안도 강구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