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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당화’ 방어기제 작동했나…野 당헌개정 급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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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기소 시 당직 정지’ 규정 및 ‘권리당원 전원투표’ 관련 당헌 개정안이 24일 부결됐다. 친명(친이재명)ㆍ비명 간 격한 갈등속에서도 밀어붙였던 당헌 개정이 8ㆍ28 전당대회를 나흘 앞두고 최종 관문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당 비대위는 중앙위 결정 직후에도 일부 당헌 개정을 재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당내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변재일 위원장(왼쪽네번째)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8.24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 변재일 위원장(왼쪽네번째)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중앙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8.24

'사당화 논란' 당헌 80조 개정, 14조 신설안 모두 부결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24일 당헌 개정안을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비상대책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 올라온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가 정지됐을 때 이를 취소하는 권한을 기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당헌 80조 개정) ▲최고의결기구를 기존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원투표로 바꿔 명문화(당헌 14조2항 신설)하는 내용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 투표는 전체 중앙위원 566명 중 430명(투표율 75.97%)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268명(47.35%)ㆍ반대 162명(28.62%)을 기록했다.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지만, 과반 정족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런 결과는 당초 당내의 전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결과였다. 박용진 후보 등 비명계 의원 25명이 전날 중앙위 투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날 중앙위가 온라인 투표를 강행하면서 가결 분위기는 더 무르익었다.

그래서 이날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당 지도부는 “부결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신현영 대변인)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민주당에서 중앙위가 최고위(혹은 그 권한을 대행하는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친 안건을 부결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헌 개정 급제동 왜…

이날 결과를 두곤 친명계 및 강성 지지층의 폭주에 대한 방어 기제가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헌 80조 개정의 경우 대장동 특혜 의혹 등으로 검ㆍ경 수사 선상에 놓인 이재명 의원을 위한 ‘이재명 방탄용 위인설법’이란 비판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기소로 인해 당직이 정지된 인사에 대한 구제 기관을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 대표가 의장을 맡는 당무위로 바꾸겠다는 건, 결국 당 대표 선출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의원의 ‘셀프 구제’ 길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또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최고의결기관으로 명문화하는 당헌 14조의2 신설안 역시 논란이 컸다.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권리당원의 지지를 압도적으로 받는 이 의원이 이들의 권한을 강화하며 당을 사당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전날 윤영찬 의원은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려 김종민 국회의원(오른쪽)이 발제를 하고 있다. 옆에는 박 당대표 후보, 이원욱·윤영찬 국회의원.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려 김종민 국회의원(오른쪽)이 발제를 하고 있다. 옆에는 박 당대표 후보, 이원욱·윤영찬 국회의원. 김성룡 기자

결과적으로 이날 중앙위 결과는 비명계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 됐다. 이날 오전까지도 당내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친전을 보낸 박용진 후보는 중앙위 결과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의 상식,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대한 우리 당 중앙위원님들의 확고한 존중이 바탕이 된 결론”이라고 환영했다.

비대위 전 당원 투표 당헌 신설 재추진…논란 계속

하지만 당 비대위가 이날 당 중앙위 결정을 “존중한다”(우상호 비대위원장)면서도 당헌 80조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최근에 논란이 된 전 당원 투표 당헌 신설은 포기하되, 기소시 당직 정지 관련 규정인 당헌 80조 개정안만 따로 떼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박용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날 중앙위 결정 후 긴급회의를 연 비대위의 신현영 대변인은 “당헌 80조 개정안은 토론을 많이 했고 당 내부의 논란이나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시 (당무위에) 안건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재추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신 대변인은 “찬성이 268명으로 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투표에 참여 못 한 분들의 비율이 상당 부분 있었다”며 “그래서 10여표가 부족해 과반이 안 된 것으로 비대위는 해석했다”고 말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중앙위원들이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다”는 주장을 했다. 우 위원장은 “162명 반대자 개별의사를 제가 다 확인한 게 아니니 100%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막판 주요 쟁점은 전 당원 투표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기소시 당직 정지 규정)만 손을 보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무위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중앙위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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