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3억 포기합니다"…잘나가던 잠실 재건축 무슨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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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일대. [연합뉴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하나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서 최근 매수자가 3억 원대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를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흔들리는 강남 집값 #한강뷰 아파트도 4~5억 하락 #대장주도 하락거래 속출

이런 계약 해제는 과거 금융위기 등 갑자기 집값이 크게 떨어질 때 나왔던 현상이다. 집값의 10%인 계약금보다 잔금을 치를 시점의 집값이 더 내려갔을 경우 계약금을 떼이고 더 내려간 가격에 새 계약을 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51㎡(14층)는 지난 6월 24일 31억85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이달 9일 계약이 해제됐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잔금 지급 날짜를 길게 해 놓은 경우였는데 가격이 내려가는 걸 보고 결국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자가 매매대금의 10%인 3억1000여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한 것이다.

단지 내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인 사정이라 세세히 말하기 어렵지만, 급매로 나온 최저가 매물이 빠지면 가격이 더 내려가니 매수를 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단지 내 같은 면적의 급매물은 28억원이다. 지난해 11월에 거래된 최고가 32억7880만원(7층) 대비 약 4억7880만원이 빠졌다. 매수자가 3억여원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현재 나온 급매물을 다시 사들이는 게 중개수수료 등을 제하더라도 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매수 계약을 포기한 당사자가 급매물을 매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2월 서울시의 경관심의를 통과하면서 ‘꿈의 50층’을 이룬 첫 강남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이었던 ‘35층 고도제한’을 뚫은 첫 사례였다.

올해로 준공 45년째를 맞은 이 단지는 3930가구(15층)의 낡은 주거지가 6815가구(최고 50층) 규모로 거듭나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최근 단지 내 신천초등학교 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서울시와 조합은 신천초를 이전하고 대신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기부채납 안에 합의했지만, 기획재정부가 국유지인 신천초 부지의 교환을 거부하면서다. 조합이 국가 소유의 신천초 부지(약 1만4400㎡)를 추가로 매입해야 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올해 말로 예정한 사업시행인가 등 사업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잠실 한강 뷰 아파트도 한 달 새 4억 하락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단지. [뉴스1]

업계에서는 잠실 인근 대장주 아파트의 하락세도 재건축 단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7층)는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27억원(14층)에 최고가 거래됐던 것과 비교할 때 4억5000만원 하락했다. 최저가와 최고가 매물 모두 한강이 보이는 같은 동에서 나왔다.

잠실주공5단지 바로 옆 단지인 ‘리센츠’ 전용 84㎡도 지난 5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전인 4월에 26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에서 4억원이 떨어졌다. 새 아파트가 밀집한 강동구 고덕단지 내 ‘고덕 아르테온’ 전용 84㎡도 지난달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19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에서 5억원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급매 위주로 거래되는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급등한 집값에 매수세가 얼어붙은 데다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탓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단지는 투자성이 강한 자산이다 보니 하락기에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9월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정부 대책에 따라 강남 재건축 단지의 가격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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