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한 다가구주택. 전날(21일) 세 모녀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초인종 위에는 가스검침원의 연락달라는 메모가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다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수원 세 모녀의 가는 길이 더 쓸쓸해지게 됐다. 경찰이 수소문해 찾아낸 유가족들이 잇따라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심 부담스럽다” 마지막 유가족도 시신 수습 거부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세 모녀의 시신 수습 의사를 밝혔던 유가족 A씨는 이날 오전 경찰에 시신 인수 취소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세 모녀와 먼 친척인 A씨는 이들의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인 지난 22일 경찰에 “시신을 수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장례식 준비도 시작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A씨는 경찰에 “먼 친척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장례를 치르려고 했는데 언론 등의 관심이 너무 집중돼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가 마음을 바꾸면서 세 모녀는 무연고 사망자로 장례를 치르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여러 유가족에게 연락했는데 다들 인수를 거부했다”며 “사정사정해 겨우 인수의사를 밝힌 A씨마저 거절하면서 세 모녀의 시신을 인수 할 유가족을 더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 사각 지대. 중앙포토
수원시 “세 모녀, 공영 장례로”…오후 5시부터 빈소 차린다
결국 이들의 장례절차는 수원시가 맡기로 했다. 수원시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세 모녀의 공영장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지난해 2월 조례로 종교단체 등에 위탁해 장례를 대신 치러주는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했다. 수원시가 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영정사진·향·초·국화 등 장례 의식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제도다.
결정에 걸림돌이 없진 않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아온 세 모녀를 적용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게 문제였다. 수원시는 “공영장례 지원 대상은 수원시민인데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세 모녀는 엄밀히 따지면 시민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유가족이 모두 시신 인수를 거부했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이들의 가는 길까지 외로워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어 적극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의 결정에 따라 세 모녀의 빈소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추모의식은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원불교 경인교구가 25일 오후 2시 주관한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수원 연화장 봉안당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