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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부터 韓, 美, 日까지 제패? 중국 게임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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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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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블리자드사의 간판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부터 한국의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꽤 인기를 누리는 게임들이다.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게임 산업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독차지였다. 2004년 중국 게임 시장 점유율은 일본과 한국 게임 제조사가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자국 업체의 비중은 30%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약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 게임 시장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 최고 인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王者榮耀·Honor of Kings)〉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텐센트게임즈(騰訊遊戱·Tencent Games)와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등을 퍼블리싱하는 넷이즈(網易)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자국 시장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 TOP500 베스트셀러 목록 중국 게임이 미국·일본·한국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각각 26%, 24%, 28%로 나타났다. 과거 중국 사용자 선점을 위해 나섰던 해외 게임사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게임 산업 확장에 속속 나서는 모양새다.

동남아로 시작해 미국까지…세계 섭렵하는 中 게임 

지난 2018년 3월부터 지속한 중국 당국의 게임 판호(版号, 게임 서비스 허가) 발급 중단 선언은 게임 업계에 큰 치명타를 입혔다. 자국 업계뿐만 아니라 허가를 기다리다 지친 외국 게임사들은 중국 출시를 포기하기도 했다. 웹게임 유저 규모는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신규 트래픽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같은 해 모바일 게임 매출 증가율은 정점이었던 246.9%에서 15.4%로 대폭 감소했고 9705개의 판호 발급이 중단됐다. 또 2만 개에 가까운 게임업체가 문을 닫았다.

대기업도 곤란에 처했다. 2018년 중국 시장의 41.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게임 시장을 이끌던 텐센트도 실적 악화에 처해있었다. 텐센트는 게임 병목 현상 타개를 위해 ‘해외 진출’ 선언에 나섰다. 중국 게임의 2인자 넷이즈 역시 잠잠해진 중국 시장을 떠나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 이들이 첫발을 내디딘 곳은 동남아시아였다.

2002년, 넷이즈의 MMORPG ‘몽환서유(夢幻西遊)’와 중국 창유의 무협 MMORPG ‘천룡팔부(天龍八部)’가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일본-한국보다 기술력이나 하드웨어 실력이 저조했던 중국 회사는 동남아 진출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 게임 업체들은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지리적 근접성, 무역량, 문화 영역에서 중국과 비슷한 요소가 많은 동남아에서 중국 게임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0년 동남아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조 4767억 원을 돌파했는데, 그중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46.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30%를 오가는 한국, 일본, 미국에서의 점유율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홍콩, 마카오 대만 역시 이들의 주 수출국인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을 중국 게임업체가 독점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kinhtedothi.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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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시장에서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게임 운영 경험을 쌓은 중국 게임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 한국, 일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유저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춘 이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높고, 소비 욕구가 강하며, 산업 사슬이 성숙해진 국가에서 더 큰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례로 텐센트는 2018년부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미국과 일본의 슈팅게임 포문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이후 〈발로란트 (Valorant)〉, 〈브롤스타즈(Brawl Stars)〉,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 등의 게임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한국 ‘펍지’와 텐센트가 협력해 만든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판. 2018년 2월 두 가지 게임이 중국에서 먼저 출시됐고, 이후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에 진출했다.

텐센트는 더 나아가 PC, 콘솔 게임의 시장 확장을 위해 게임 개발 관련 핵심 자회사인 티미스튜디오그룹(TiMi Studio Group·天美工作室群)을 설립했다. 티미스튜디오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애틀과 LA, 캐나다에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영국의 게임 개발 회사인 '수모 디지털'(Sumo Digital)을 인수했다. 수모 디지털은 영국 셰필드에 위치한 게임 콘텐츠 개발 회사로 현재 5개 나라에 14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 메타버스 게임 개발을 전담하는 F1 스튜디오를 설립해, 중국·미국 등 전 세계에서 메타버스 전담팀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텐센트게임즈]

[사진 텐센트게임즈]

텐센트보다 소극적인 해외 진출 행보를 보였던 넷이즈는 2021년부터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CEO 딩레이(丁磊) 역시 “세계 최고의 게임 인재를 모아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2인자 넷이즈는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 마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디아블로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시장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또 자체 개발 및 투자를 통해 콘솔 게임 라인업을 강화해 북미 및 유럽 시장을 겨냥할 예정이다. 2020년 6월 넷이즈는 일본 도쿄에 콘솔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를 신설한 데에 이어 올 1월엔 콘솔 타이틀 개발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2020년부터 이어진 중국 당국의 미성년자 게임 규제와 판호 발급 중단에 내수 시장 성장 공간이 한정되자 대기업뿐만 아니라 미호요(miHoYo·米哈遊)와 싼치후위(三七互娛) 등 신흥 게임업체도 해외 시장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iReserch·艾瑞諮詢)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중국 전체 게임 개발사 중 해외 진출 비중은 43%로 2020년의 27.5%를 크게 넘어섰다. 또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의 해외시장 매출액은 2021년 180억 1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7000만 달러, 2011년 4억 달러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앱 분석회사 센서 타워(Sensor Tower Inc)에 따르면 2021년 해외 진출 게임 중 연간 매출 1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게임은 42개로,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또 〈원신(原神)〉, 〈기적의 검(奇蹟之劍)〉, 〈만국각성(萬國覺醒)〉은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서울 반포 한강공원 인근에 위치한 ‘세빛섬’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원신 콘텐츠를 활용한 오프라인 이벤트 ‘원신 2022 여름축제’가 열렸다. [사진 호요버스]

서울 반포 한강공원 인근에 위치한 ‘세빛섬’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원신 콘텐츠를 활용한 오프라인 이벤트 ‘원신 2022 여름축제’가 열렸다. [사진 호요버스]

중국 게임회사들이 유럽과 미국을 앞지르는 저력은 뭘까

중국이 모바일 게임 분야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게임 산업은 상대적으로 후진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완벽한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고 방대한 이용자 수에 편승해 모바일 대국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PC·콘솔 게임의 사용자 수나 경험도가 모바일 게임보다 높기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는 콘솔 게임들이 PC를 무시하고, PC 업계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대하는 경향이 줄곧 존재한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은 27조 원에서 약 110조 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연평균 복합 성장률 21.6%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 주력해왔던 중국 게임 산업이 빛을 발한 것으로 해석했다.

콘텐츠 면에서 중국 게임 제조사들은 해외 유저들의 기호에 맞춰 게임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1년 해외 진출 중국 업체 20곳 중 16개사가 연구개발비 비중을 높였다. 원신을 개발한 미호요 CEO 차이하오위는 “원신 연구 개발은 1억 달러에 달했으며 앞으로 매년 추가 연구개발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그러나 해외 시장의 파편화된 경쟁 구도, 높은 홍보 비용,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의 강화, 저작권 규제 등 헤쳐나가야 할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게임은 항상 수익성이 높은 산업으로 통해왔다. 중국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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