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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한명이 한달간 41억 털렸다…그를 속인 '악마의 수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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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경찰청

자료 경찰청

40대 의사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한 달 만에 현금 41억원을 보낸 사건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피해액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의사 A씨는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라는 인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계좌가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에 사용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전화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유인책이 검사를 사칭해 건 전화였다.

유인책은 A씨 측에 고소장 70여건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를 보내왔고, 검찰 공무원증도 함께 보냈다.

이후에도 카톡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와 공문을 보낸 유인책은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지만, 협조만 잘하면 약식조사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약식조사란 카카오톡으로 진술하고 계좌 확인에 응하는 정도라는 게 유인책의 설명이었다.

A씨가 협조를 약속하자 유인책은 보안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며 링크를 보냈고, 그의 휴대전화에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렸다.

A씨는 의심스러운 마음에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유인책이 언급한 대로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는 설명뿐이었다.

이는 피싱 조직 측이 설치하게 한 악성 앱 때문이었다. 이 앱이 깔린 휴대전화로는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사기 조직으로 연결됐다.

보이스피싱 이미지그래픽

보이스피싱 이미지그래픽

이후 피싱 일당은 A씨에게 “진짜 대출을 받아봐야 명의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사 뒤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돈은 모두 돌려주겠다”면서 현금을 요구했다.

A씨는 은행을 돌면서 예·적금 등을 해약하고 현금을 인출했다. 은행 직원이 현금 사용 목적을 물으면 미리 들은 지침 대로 “직원들 월급용”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은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현금 수거책이 가져갔다.

뿐만 아니라 일당들은 예·적금 외의 나머지 재산도 현금화한 다음 금감원 직원 계좌로 이체하라고 지시했다. 또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보내주며 가상화폐를 세탁한 후 송금하라고 해 그대로 송금했다. 이렇게 A씨가 한 달여 동안 조직에 넘긴 돈은 41억원에 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검찰·금감원 등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비율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37%로 크게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속이기 때문에 직업, 학력과는 무관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수사기관은 현금을 요구하지 않고, 영장이나 공문서를 소셜미디어로 보내지도 않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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