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수원복' 막을 묘수 없는 민주, 한동훈에 윽박만 질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3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품행’에 대한 성토전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을 저지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한 장관 개인에게 공세를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전체회의에서 보여준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자칭 ‘일국의 장관’인 한동훈 ‘검사’의 국회 무시가 점입가경”이라며 “무엇을 생각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무성의한 ‘엿장수 맘대로’식 답변, 국무위원 자격을 망각한 채 감정을 담은 도발적 태도, 국회의원 질의 내용에 대한 무시와 비하,안하무인, 오만방자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의 국회 무시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음. 즉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 지금 한 장관이 새겨야 할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장관을 겨냥해 “‘나는 소통령이다’ ,'한 마디도 지지 않겠다'라고 외치는 듯한 한 장관의 태도는 마치 미운 7살 같았다”고 공격했다.

“법사위 감정 싸움이 민주당 속수무책의 방증”

이른바 '채널A 사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성룡 기자

이른바 '채널A 사건' 당사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성룡 기자

전날 법사위에선 한 장관과 야당 위원들 간 ‘감정 싸움’이 이어졌다. 특히 한 장관이 최강욱 의원과 벌인 설전이 하이라이트였다. 최 의원의 인혁당 사건 관련 입장 표명 요구가 발단이 됐다. 한 장관은 “저의 형사사건 가해자인 위원님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불쾌함을 숨기지 못했고, 최 의원은 “그런 식의 논법이라면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반박하자, 한 장관은 “댁이요, 댁이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되물었다.

결국 최 의원이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향해 “저 태도 가만히 두실 건가”라고 개입을 요구했지만, 한 장관은 이마저 “지금 이 질문을 가만히 두실 건가요”라고 맞섰다. 최 의원의 “대한민국 입법기관에 그런 태도를 보이나”는 지적엔 한 장관은 “저도 지금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나”고 되받기도 했다.

이런 ‘감정 싸움’ 속에 정작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을 겨냥한 민주당 공세는 ‘유효타’ 없이 묻혔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감정다툼’만 오가다 법사위가 끝났는데, 민주당이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는 법무부 시행령 개정안을 막을 마땅한 방책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행령 통치’를 저지할 방안을 찾는데 연일 당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한 장관을 비판하는 여론전 외엔 묘수가 없다는 게 당 안팎의 분위기다. 민주당은 당장 오는 25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시행령 통치’ 규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의원총회에선 ▶인사정보관리단(박주민) ▶검찰 수사 개시 범위 확대(이탄희) ▶경찰국 신설(한정애) 등 쟁점 별로 위법성을 검토하는 발제도 예정돼있다.

이어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1차적으로 시행령 개정안의 모법(母法) 위반 여부를 따져 국회의장이 행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98조 상 권한을 발동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시정 요구가 강제력이 없다는 게 그 한계로 지목된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의 임의적인 시행령 개정을 방지하기 위해 모법(母法)의 문장을 개정하는 방안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를테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서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경제 등’으로 규정해 수사 범위가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걸 다시 덜어내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개정안을 발의한다 하더라도 당장 강행 처리는 어렵다는 게 당내 기류다. 익명을 요구한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의 여론 지형을 볼 때 검수완박 재개정을 다시 강행 추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장관 해임건의안 및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것도 ‘거야 횡포’라는 반발을 살 수 있어 여의치 않다.

박범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모법에 대못을 박는 식으로 충분히 입법을 통해 시행령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데, 구태여 행정부가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다할 방안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