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한·중 관계를 수식하는 표현은 단계별로 격상했다.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는 표현의 ‘선린 우호’에서 시작해 1998년 협력 동반자가 됐고, 2003년과 2008년엔 각각 전면적·전략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협력의 범위와 폭이 점차 늘며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 국가란 점이 반영된 표현이지만, 정작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77.2%→90.2%, 강해지는 '中 불신'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실시한 심층 대면 면접조사 결과 ‘중국을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0.2%가 신뢰할만 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국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8.2%에 불과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캐나다·호주 등 6개국 중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가장 강했다. 이같은 국민 정서는 수교 30년을 맞은 양국의 우호 협력 강화 의지에 핵심적인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에 대한 불신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중국을 불신하는 비율은 77.2%였는데,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 4년간 13%가 늘었다. 반면 중국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2018년 19%에서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중국을 향한 불신은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왕따’ 신세가 된 러시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번 면접조사에서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87.3%로 중국보다 2.9% 포인트 낮았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 침공 이전인 지난해엔 신뢰 비율이 32.7%, 불신 비율은 48.5%였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 대해선 국민적 신뢰가 재확인됐다. 응답자의 85.1%는 미국을 신뢰한다고 답변했고, 신뢰하지 않는단 답변은 14.2%로 집계됐다. 미국에 대한 전폭적 신뢰는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는 등 대미 외교에 주력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추진력을 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日에도 불신 높아
일본 역시 불신 비율이 84.3%로 높은 축에 속했다. 단 일본의 경우 2020년을 기점으로 신뢰한다는 비율이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4.4%였던 신뢰 비율은 2021년 6.4%에서 올해 13.7%로 상승했다. 불신 비율은 점차 낮아져 2020년 93.3%에서 지난해엔 88%로 집계됐고, 올해는 이보다 3.7% 포인트 더 줄었다.
중국과 일본은 불신의 대상이란 점은 같았지만, 각각 중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인상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친절함·유연성·계획성·대담함·창조성·포용성·평화적 등 7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중국인과 일본인을 평가한 결과다.
일본인의 경우 ‘친절함’ 항목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77.5%가 일본인을 친절하다고 평가했고, 무뚝뚝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인에 대해선 친절하다는 응답이 12.0%로 집계됐다.
7가지 척도 중 중국인이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대담함’이었다. 응답자의 64.8%가 중국인을 대담하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일본인(24.3%)보다 40.5% 포인트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