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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미술계 척척박사 반세기/ 한국미술 산증인 김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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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지난달 강원도 영월에서 개막한 ‘동강국제사진제’에서였다. 낯익은 이가 예서 제서 신출귀몰하듯 나타나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었다.

흔히 그를 ‘걸어 다니는 미술백과사전’ ‘미술계 114’

‘움직이는 미술 자료 컴퓨터’라고 한다.

안 가는 곳이 없고, 안 만나는 사람이 없으며, 안 모으는 자료가 없기에 그를 이리 별명 지어 부르는 게다.
별명답게 그는 동강사진제가 열리는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그의 미술 자료 수집 삶은 자그마치 반세기에 이른다. 그가 반세기 동안 모은 자료는 우리나라 미술사와 다름없다. 돈으로 셈할 수 없는 한국 미술사의 희귀 사료 또한 그득하니 말이다.

그의 별난 인생은 2013년 금성출판사판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실렸다. 2016년엔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수상 인터뷰에서 그가 미술 자료에 빠지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어릴 때부터 우표, 담뱃갑, 껌 상표 등을 수집하는 게 취미였어요.잡지에 나온 세계 명화를 오려 모은 것이 미술과의 첫 만남이었고요. 이렇게 모은 것을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찾아가 보여 드렸죠. 그 인연으로 1981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에서 일하게 됐지요.”

이렇듯 취미가 ‘아키비스트(archivist·보존기록물관리사)’라는 직업이 된 게다.

‘아키비스트(archivist?보존기록물관리사)’는 작품 및 작가에 대한 기록이나 전시, 미술품에 대한 기록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김 관장이 자료를 처음 모을 땐 이러한 개념조차 없었다. 멈추지 않고 모아 온 그의 삶이 새로운 길이 된 게다.

‘아키비스트(archivist?보존기록물관리사)’는 작품 및 작가에 대한 기록이나 전시, 미술품에 대한 기록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다. 김 관장이 자료를 처음 모을 땐 이러한 개념조차 없었다. 멈추지 않고 모아 온 그의 삶이 새로운 길이 된 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된 박물관까지 만든 소회는 이렇다.

“화랑과 신문사 등을 돌며 쪼가리 카탈로그까지 살뜰히 챙겼지요. 폐지 수집상으로 오해받을 만큼 메고 든 가방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죠. 그렇게 무리한 탓에 목 척추 종양 수술을 두 차례 받기도 했어요. 그래도 쓰레기가 될 뻔했던 어제의 자료가 오늘의 한국 미술사가 되고, 나아가 내일의 한국 미술사가 될 테니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목에 수술 자국이 선명하다. 이는 두 어깨로 무거운 도록을 실어 나른 탓이다.

목에 수술 자국이 선명하다. 이는 두 어깨로 무거운 도록을 실어 나른 탓이다.

인터뷰 내내 그의 뒤를 받쳐준 건 그의 가방이다. 이 가방은 숱한 자료를 실어나른 그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그의 뒤를 받쳐준 건 그의 가방이다. 이 가방은 숱한 자료를 실어나른 그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미술계 넝마주이’를 자처하며 그가 살려낸 건 우리의 예술이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웹드라마 〈선인장이 자라는 박물관〉을 제작했다. 김 관장은 “웹드라마를 통해 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가는 일에 힘을 얻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10월까지 격주로 유튜브 채널 'DJ Muse'에 업로드된다. 그뿐만 아니라 김 관장은 유튜버로 활동하며 1주일에 10건 이상 올리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두 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일이다. 사진 김달진 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웹드라마 〈선인장이 자라는 박물관〉을 제작했다. 김 관장은 “웹드라마를 통해 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가는 일에 힘을 얻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10월까지 격주로 유튜브 채널 'DJ Muse'에 업로드된다. 그뿐만 아니라 김 관장은 유튜버로 활동하며 1주일에 10건 이상 올리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두 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일이다. 사진 김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