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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十而立 한중수교 30주년] “대사 부임 30개월 동안 한국 행사 600여 차례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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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18일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30년전 한중 수교를 보도한 1992년 8월 24일자 중앙일보를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18일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30년전 한중 수교를 보도한 1992년 8월 24일자 중앙일보를 꺼내 들어 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중 관계가 직면한 도전으로 최근 미·중 갈등 심화가 거론되고 있다. 미·중이 경쟁하는 가운데 그 사이에 낀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이라고 일컬어지는 ‘칩4(미국, 한국, 대만, 일본)’에 대한 한국의 가입 문제도 그런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겨룰 의도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저 중국 자신의 일을잘 하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적 사고를 고수하면서 절대적 패권을 지키기 위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잘못된 생각이 경제와 무역, 그리고 반도체 협력 분야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소집단’ 결성을 통해 중국을 첨단 산업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중국의 제조업을 죽이려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시장경제 규율에 위배되고 전 세계의 산업망과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끊는 것이기도 하다. 칩4 가입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한국 측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중국에선 오는 가을 중요한 정치 행사인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열린다. 20차 당 대회가 중국 발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는 중국이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새로운 장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대회다. 이 대회는 앞으로 5년 내지 더 긴 기간 중국 국가 산업 발전의 목표와 국정 방침을 과학적으로 계획하게 될 것이다. 이 대회는 또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주석을 핵심(核心)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로 더욱 긴밀하게 단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중국 인민을 단결시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며,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는 것과 함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계속 분투하는 데 있어 크고도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싱 대사는 남북한 모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 꽉 막혀 있는 북핵 문제 및 남북한 대화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보나?
“중국은 한반도와 산수가 이어져 있는 우호적인 이웃으로, 줄곧 한반도 정세의 발전에 주목해왔다. 중국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방침을 줄곧 견지해왔다. 특히 한반도 정세 완화와 비핵화 추진을 위해 중국은 ‘쌍중단’과 ‘쌍궤병행’ 방안을 제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고, 화약 냄새가 진동해 중국 또한 주목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냉전의 잔재이며, 그 핵심은 북미 갈등과 남북한 양측의 갈등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균형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관련 당사국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마주 보며 나아가는 자세로 함께 긴장된 정세를 완화해야 한다. 미국은 실질적인 방안과 행동으로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 양측이 민족적 대의에서 출발해 대화를 통해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고 상호 관계 개선에 나서는 노력을 해줄 것을 바란다. 물론 중국도 계속해서 중국의 방식으로 관련국들을 설득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중시해 주한 중국대사관에 적지 않은 외교관을 파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대사관의 외교관은 90여 명 정도로, 가족들과 다른 직원들까지 합치면 코로나 이전에는 약 200여명 가까이가 근무하고 또 생활했다. 이러한 규모는 전 세계 중국 공관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또한 우리 대사관의외교관 중 절반 이상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민 여러분께서 대사관 업무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길 바란다.”
싱 대사께선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무척 많은 한국 인사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대체 얼마나 자주, 또 어떤 분들을 만나고 있는가?
“저는 주한중국대사관 개관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약 20여년간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각계각층의 인사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났다. 한국은 저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 계산해보면, 2020년 1월 말 대사로 부임한 이래 한국의 각 시·도를 다니며 외부 행사에만 600여 차례 정도 참석했다. 그동안 만난 한국 각계 인사들은 솔직히 셀 수 없이 많아 몇 분을 만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 가운데는 중앙정부의 관리도 있었고 일반 서민, 고령의 노인, 어린아이도 있었다. 제가 한국의 여러분들을 만나며 깨달은 것은 이분들이 중한 관계와 관련해 모두 아름다운 염원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중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저와 동료들이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끝으로 수교 30년 이후 ‘다음 30년’의 한중 관계를 위해 양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맹자 말씀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近者悅 遠者來)’는 말이 있다. 역사와 실천이 증명하듯이, 양국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 지지하며 함께 성취하는 것은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적 발전과 번영을 위해 안정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중국 칭다오에서 왕이 국무위원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중국은 한중 관계의 다음 30년을 위해 ‘5가지 제시’를 잘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5가지 제시’의 내용은 1) 독립과 자주를 견지해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2)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를 배려하며 3) 개방과 상생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망과 공급망을 수호하고 4) 평등과 존중을 견지하며 서로 내정에 간섭하지 않아야 하며 5)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한은 이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있다.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수교의 초심을 견지하며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어나가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에 따라 공감대와 공통점을 끊임없이 확대하며 중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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