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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중기와 후기 초상화 그리듯” 15년 격차 두고 첼로 전곡 녹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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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양성원이 23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양성원이 23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뉴시스]

“제 음악 인생은 장편소설입니다. 서문에 이어 코다이, 라흐마니노프, 바흐, 드보르자크 협주곡 등 음반은 그것의 챕터가 됐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바흐나 베토벤의 명곡 녹음을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웠죠. 특히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여전히 성장할 디딤돌이 되어줍니다.”

데카에서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 두 번째 전곡 녹음을 들고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들과 만난 23일 첼리스트 양성원(55)의 말이다. 양성원은 EMI 데뷔음반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이후 22년간 16종의 음반을 발표했다.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2005년(EMI)과 2017년(데카)에 각각 녹음했다.

‘첼로의 신약성서’인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2007년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과의 녹음(EMI)에 이어 15년 만이다. 2021년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와 독일 노이마르크트에서 녹음한 이번 음반에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다섯 곡 뿐 아니라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두 곡,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중 ‘보아라, 용사가 돌아온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소나티네 WoO43a 등 호른 소나타 첼로 편곡을 제외하고 베토벤이 쓴 첼로 작품 모두를 두 장의 CD에 담았다. 양성원은 “스튜디오 녹음이지만 실황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는 그는 “내면의 성장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간의 목소리에 다가서는, 진실이 담겨있는 소리를 추구하며, 깊이와 섬세한 차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다.

네 개의 현 모두를 스틸 현을 사용했던 2007년 녹음과 달리 이번엔 저음의 두 현인 G현과 C현에 양의 창자 등을 꼬아 만든 거트 현을 장착했다. 스틸 현은 파워가 있고 단순하지만, 거트 현이 내는 음은 더 섬세하고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특징이 있다.

“연주할수록 인간에 다가가야 함을 느낍니다. 첼로의 매력인 깊고 풍부한 소리가 거트 현에서 나옵니다. 힘찬 소리를 희생하는 대신 다양성과 섬세함을 추구하기 위해 몇 년 째 거트 현을 씁니다.”

엔리코 파체(55)와는 10년 넘게 함께 연주하고 있다. 1989년 위트레흐트 리스트 콩쿠르 우승 이후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음반들과 양성원 브람스&슈만, 리스트&쇼팽 음반을 함께 녹음했다. 그는 파체를 ‘수도자 같은 연주자’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직접 지휘도 했다. 독일 코블렌츠의 페스티벌에서 박물관으로 쓰이는 티센크루프 공장에서 교수진 반, 학생 반의 유스 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지휘했다.

그는 이달 말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와 전속계약을 하고 23일 부산, 25일 통영, 27일 대전,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다음달 1일 여수에서 각각 파체와 리사이틀을 연다. 일본 도쿄·오사카 공연을 거쳐 다음달 13~16일에는 여수 예울마루 실내악축제에서 연주한다.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엘가와 슈만 협주곡 녹음을 마치고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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