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료삭제' 공무원, 백운규와 법정 대면…"한수원 문제 보고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당시 실무를 맡았던 고위 공무원이 법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오전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장관과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3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백 전 장관이 산업부를 이끌 당시 원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국장급 공무원 A씨(55)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 역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지시한 혐의(공용전자기록 삭제 등)로 산업부 공무원 2명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월성원전 사건 증인 심문 시작…장관·국장 첫 대면

이날 A씨는 검찰이 증거목록으로 제시한 문건 가운데 검찰 조서는 대부분 인정했다. 반면 10여 차례의 감사원 문답서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제가) 답변한 대로 들어가 있지 않다.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부분도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원 감사를 받을 때 상당한 압박을 느꼈고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관이) 미리 작성한 진술도 동의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3명에 대한 재판이 23일 대전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3명에 대한 재판이 23일 대전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A씨는 증거 목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을 요청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공문을 받고 이를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5000억원을 들여 보수(수리)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면 정부가 비용이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비용 보전' 요청 한수원 공문 받고 "검토하겠다" 회신 

산업부가 한수원에 “이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회신한 건 한수원 이사회를 하루 앞둔 2018년 6월 14일이었다.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결과정에서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 산업부가 한수원 이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 즉시 가동을 중단해도 손해가 없다는 허위 결론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적법하고 정당한 손실 보상이 불가능했다”며 “백 전 장관 등이 손실 내지는 비용 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3명에 대한 재판에 산업부 공무원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검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3명에 대한 재판에 산업부 공무원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이날 재판에서 A씨는 한수원 비용 보전 요청 공문을 당시 담당 과장인 B씨 대신 자신이 전결했다고 진술했다. 비용 문제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B씨가 결재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위임 전결 규정에 따라 과장인 B씨가 전결이 가능했지만 (비용 보전이) 예민한 문제라 내가 최종적으로 전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9월 6일 공판부터 본격적인 증인 심문 

A씨에 대한 증거목록 확인을 마친 검찰은 다음 재판부터 주심문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9월 6일 오전 10시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