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플랫폼서 은행·보험 상품 비교, 은행은 계열사 ‘앱 통합'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 소비자는 은행 앱 하나로 은행 업무부터 보험·증권·신용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서 각 금융사의 예·적금과 보험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2차 금융규제 혁신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아 업권별 칸막이로 작용했던 ‘전업주의’ 규제를 완화해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금융사가 보험·증권·카드사 등 계열사 서비스를 통합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 발전 방안을 내놨다. 한마디로 은행이 흩어져 있던 계열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의 앱에 담은 종합금융앱(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는 금융사가 하나의 앱에서 은행 업무를 비롯해 보험·증권·신용카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종합금융앱에선 국민연금 가입내용, 건강보험 납입내용, 공과금 고지서 등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토스 등 핀테크 기업과 달리 본업(고유 업무) 외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는 부수 업무 규제가 까다로워 통합앱을 내놓을 수 없었다.

금융사는 종합금융앱을 계기로 신사업 진출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업권별 칸막이(전업주의)를 낮추고 부수 업무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보험사의 경우 헬스케어 플랫폼을 미래 먹거리로 삼을 수 있다. 의료법 등 다른 법령에서 막지 않는 한 보험사와 보험사가 소유한 헬스케어 자회사까지 헬스케어 관련 업무가 허용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보험사의 헬스케어 앱에서 건강관리 기기 등을 구매하며 체육시설에 등록하고, 건강 상담도 받을 수 있다.

혁신 방안 중 눈에 띄는 건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다. 소비자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예금과 보험,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등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예금상품 중개업은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고객 맞춤형으로 예금상품 금리 등을 비교하고 추천한다. 대출은 이미 지난해 대출성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 등록 제도가 도입되며 온라인 중개가 허용됐다.

핀테크 기업의 금융상품 온라인 중계 서비스 확대 요구에 정부가 금융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적용해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금융법상 인허가나 영업행위 등의 규제가 최대 4년 동안 유예·면제된다.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는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계엔 희소식이다. 현재 ‘개점휴업’ 상태인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핀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광고가 아니라 중개 업무로 금융소비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대리점업 라이선스가 없는 핀테크 업체들은 지난해 9월 앱에서 한 번에 보험을 비교·추천하던 서비스를 중단했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위해 문을 열었지만 금융위는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온라인 플랫폼에 제공할 수 있는 중개 업무와 상품 범위를 제한했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는 일부 금융사의 우려를 반영했다.

예금 상품 비교 대상은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정기 예·적금으로 한정했다. 보험 역시 종신·변액·외환보험처럼 상품 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 계약 등 불완전 판매 우려가 큰 상품은 제외했다.

또 은행권 예금 상품의 플랫폼 판매 비중은 전년도 예ㆍ적금 신규 모집액의 최대 5%이내(저축은행ㆍ신협은 3% 이내)로 제한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자칫 높은 금리만 쫓아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회사별 모집 실적과 수수료 공시도 의무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플랫폼 금융 활성화 방안은 유권해석 등 시행 가능한 조치는 즉시 시행하고, 법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금융상품 중개업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신청과 심사를 거쳐 10월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랫폼에서 금융상품 중개 빗장이 풀리자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간의 이해 갈등도 생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에 이어 예금 상품 비교 플랫폼 도입은 ‘은행별 줄 세우기’로 부담이 된다”며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예금금리 인상 행렬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단기간에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비교 플랫폼이 (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업체 간 경쟁이 생기면 이는 소비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